허공을 들고 생각에 잠긴다 

혀부터 내세우지 말라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온몸으로 임하라고 

무시로 들려오는 말 

바람결로 오면 귓속에 묻고 

혀끝에 매달리면 입속에 묻고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들으라고 

나무들 뜰에서 공원에서 산에서 묵언수행중이다

겨울나무 숲이 그윽함은 수천의 나무들 

눈으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저 나무들 꽃도 열매도 단풍도 다 내려놓고 

입술을 눈으로 덮고 말을 삼키고 있다 

하늘이 뜨거운 입김을 뿌려 말을 걸어 오지만 

이미 무덤의 혀들 겨울나무 숲에 누워 

모든 문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무엇을 더 듣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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