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간이역 안개 속으로 흘러들었다. 비어 있는 역사엔 그와 음악과 정지된 시간만 있었는데, 휘감기는 것이 음악이었는지 시간이었는지 파고드는 선율에 그도 넉넉히 풀어져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손을 잡은 것도 같은데, 함께 흘러가자는 뜻이었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올 수 없는 시간을 어쩌면 기다렸던 것일까, 역사 벽면의 낙서만 바라보다가 짤막하게 새겨놓은 흔적은 지금도 엉거주춤 있을까, 그가 웃었던가, 흘깃 바라본 것도 같은데 웅크려 있는 어둠 옆으로 슬그머니 붉은 얼굴의 음악이 앉았다 일어서자 잠시 뜨거운 눈빛이 흐른것도 같은데, 무엇에 취했던 것일까, 여기저기 흩어지는 붉은 마음 급히 주워 담다가 스멀스멀 짙어지는 안개에 기대 몸을 숨긴 것도 같은데, 어디로 흘러가고 싶었던 걸까, 어느 곳으로 흘러갈 뻔한 걸까, 다만 저녁 짙은 안개에 묻혀 버린, 그 간이역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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