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정서를 지닌 나라를 꼽자면 베트남이 아닐까 싶다.

요즘 박항서 축구 감독으로 인해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어느 때 보다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사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고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깝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에서 흔치 않게 문묘, 유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드린 공통점을 갖고 있어 두 나라의 정서가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 장묘 문화,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오랜 영향을 받아 같은 한자 문화권을 형성했고 최고 교육기관인 국자감을 통해 길러진 인재들이 과거제도를 통해 고급 관리로 등용되는 점도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이렇듯 정서가 닮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베트남 화폐속에는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는 문묘 중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규문각이 그려져 있는데 2층 높이에 동근 구멍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노이는 베트남전 당시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돼 남아 있는 유적지가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문묘가 갖는 의미는 깊다고 할 수 있다.

문묘는 1070년 리탄똥 왕이 공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사원으로 베트남 최초의 대학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는 2만 명의 유생들이 공부했을 정도로 베트남 최고 교육기관으로 자리 매김 했으며 과거를 통해 많은 유생들이 관료로 등용되는 베트남 최고의 학부였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경내에는 1484년부터 1780년대까지 약 300년간 약 82개의 비석에 과거시험 합격자들의 명단을 비석에 새겨 놓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단 비석을 지탱해 주는 하단 거북이 머리 모양이 조금씩 다른데 거북이가 머리를 바짝 들고 있으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사람이고, 거북이 머리가 낮은 모양을 하고 있으면 가까스로 합격한 사람이라고 한다.

입시철만 되면 베트남 사람들은 문묘에 찿아와 거북이 머리를 쓰다듬고 합격을 기원하는데 머리를 바짝 치켜 세운 거북이 머리는 반질반질 할 정도로 수난을 겪는단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문묘는 크게 다섯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1정원은 입구의 정원, 제 2정원은 대중의 정원, 제 3정원은 비석들의 정원, 제 4정원 현자들의 정원, 제 5정원은 국자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제 1정원인 입구 정원에는 유교의 덕목인 인(仁), 의(義), 덕(德), 재(才), 신(信), 지(智)를 꽃으로 장식해 놓아서 눈길을 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현재 베트남 사람들은 한자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제 5정원은 국자감의 주요 시설인 유교 강론하는 강당, 도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 베트남을 불교 국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교 또한 깊은 영향을 받은 나라임을 화폐 도안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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