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흔적 느낄 수 있는 공간·정원 등 조성

전두환 집권기에 건설… 노무현 때 시민들 품에 되돌려줘

2016 청남대 국화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마당놀이 거리공연을 함께 즐기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역대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된 청남대는 청와대 남쪽에 있는 또하나의 청와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작은 권력자의 ‘아방궁’이었으나 2003년 민간에 문을 열었고, 이제는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특화관광지, 국민휴양지로 거듭나고 있다.



옛 대통령 별장으로 설립된 청남대는 최고 권력자만이 이용할 수 있던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 시작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건넨 한마디가 계기였다. 1980년 12월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 전 대통령이 댐 건너편을 바라보며 “이곳에 별장 하나 지으면 참 좋겠다”는 말을 했고, 그 말이 떨어진 직후 장세동 경호실장 등이 움직였다고 한다.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 시대, 별장 짓기는 속도전을 방불케 했다. 1983년 6월 18일 공사를 시작해 그해 12월 27일 준공식을 했다.

조성 초기 봄을 맞이하듯 손님을 맞는다는 의미의 영빈관 개념으로 ‘영춘재’란 이름이었지만, 1986년 집무 공간 개념을 더해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로 개명했다.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89차례 찾아 366박 472일을 머물렀다. 전·노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고, 김영삼 대통령은 조깅, 김대중 대통령은 산책, 노무현 대통령은 자전거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국내 대통령 별장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해 4곳이 있었으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남대만 남기곤 모두 폐쇄했다. 그런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등 굵직굵직한 정책을 내놓기 전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며 가다듬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청남대 구상’이란 말도 나왔다.

청남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2003년 4월 18일이다. 전날 청남대에 들러 하룻밤을 묵은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청남대 소유권을 충북도에 넘기며, 일반에 개방됐다.

아침식사 뒤 자전거를 타고 청남대를 둘러본 노 전 대통령은 개방식에서 “이렇게 좋은 곳일 줄 미리 알았다면 개방 안 했을 겁니다”라는 특유의 농담을 던졌고, 주민 등 참석자 800여명은 박수와 웃음으로 청남대를 받았다. 청주시(당시 청원군) 문의면 32개 마을 이장단과 주민 5800여명은 개방에 대한 감사를 담아 돌 5800개로 쌓은 탑을 선물했다. 노 대통령은 떠났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담은 탑은 청남대 본관 앞에 남아있다.

행정구역상 위치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신대리지만, 지금도 멀리서는 그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천혜의 요새’다. 삼면에 펼쳐진 대청호와 옥새·월출·소위·작두봉 등 네 봉우리에 쌓인 이곳은 사방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한때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1급 보안지역이었다. 지금도 곳곳에 청와대 경호실이 운영하던 철조망과 경비 초소 등 과거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아방궁일 것 같던 청남대는 뜻밖에 소박했다. 특전부대가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고, 대청호 수중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일부는 사실이 아니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남대는 역대 대통령의 추억을 만날 수 있는 국민휴양지로 거듭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시절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는 역사 기록화 등을 만날 수 있는 대통령 역사문화관이 2007년 개관됐고, 대통령 광장(2009년), 대통령 기념관(2015년) 등 역대 대통령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속속 들어섰다. 2005년에는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았던 곳을 중심으로 대통령 테마길이 조성됐는데 이곳들은 곧 명소가 됐다. 전두환대통령길(1.5㎞)과 이어진 노태우대통령길(2㎞)은 두 대통령의 인연을 떠올릴 수 있고, 산책보다 등산에 가까운 김대중대통령길(2.5㎞)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과 닮았다.

2016년 10월 무궁화 동산, 2018년 12월 청남대 명품숲을 조성하는 등 호사스러운 볼거리보단 조용히 느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역사교육관(~2022년)과 임시정부 행정수반 공원 등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2003년 개방 이후 지난해까지 청남대를 다녀간 관람객만 1245만2693명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지난달까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14만여명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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