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김청기 기념관 세대 화합 위한 공간 됐으면”

김청기 감독이 청주 율량동 테마파크 동심에 전시된 로보트 태권브 피규어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아들이 셋이 있어요. 첫째가 태권브이고, 둘째가 똘이 장군, 셋째가 우뢰매랍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 태권브이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청기(80·경북 문경) 감독이 13일 청주를 찾았다.

바로 청주 율량동 테마카페 동심 ‘김청기 기념관’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김청기 기념관’은 어린시절부터 ‘로보트 태권브이’ 팬이었던 전영균(43·청주 북문로 3가) 씨가 30대부터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모아온 피규어 200여점과 김 감독의 ‘엉뚱 산수화’ 10여점을 전시한 공간이다.

각종 태권브이 피규어와 김 감독의 그림들로 눈이 즐거운 ‘김청기 기념관’ 개관을 격려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김 감독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태권브이에 대한 소회 등을 들려줬다.

김 감독은 일본 애니인 마징가 Z에 열광하던 1970년대 아이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태권브이를 만들기로 결심했던 인물이다.

1997년 '의적 임꺽정'을 끝으로 작품 활동을 접은 후 경북 문경으로 내려가 전원 생활을 하고 있는 김 감독은 현재 유튜브에서 '김청기의 엉뚱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는 여기서 자신이 10여 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는, 우리 고전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심청전 스토리보드는 10여 년 전 완성했지만 색깔을 넣지 않았고,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 한다는 김 감독은 여기에 수작업으로 컬러링을 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고 있다.

"우리 것이 곧 세계적이고 우리 고전 동화도 재미있는 게 많잖아요. 디즈니의 작품들도 보면 거의 뮤지컬입니다. 우리 심청전 이야기에 우리의 판소리를 입혀서 만들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죠. 힘은 들지만 반응은 좋을 것 같아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히트했듯이 말이에요."

김 감독은 2008년부터 소위 '엉뚱산수화'도 그리고 있다.

조선시대로 간 태권브이가 사람들이 줄다리기하고 있는 모습을 쭈그리고 앉아 구경한다거나, 마치 와불이라도 된 듯 모로 누워서 아낙네들의 절을 받는가 하면, 마을 장터에서 사람들을 손바닥 위에 태워주고 있는 식이다.

"태권브이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싶어서 새로운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동양화에 로봇이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죠. 낯설지 않은 동양화에 이질적인 로봇이 들어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했던 겁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바보산수화를 그렸다면 나는 엉뚱산수화인 셈이에요."

김청기라는 이름에 생존해 있을 때는 물론 사후에도 운명처럼 따라붙을 꼬리표가 있다.

바로 태권브이의 표절 논란이고 그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김 감독이 넘어서야 할 벽이었던 마징가다.

"당시 흥행사들이 마징가와 비슷하게 하자고 했어요. 그래야 흥행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디자인이 일부 비슷할 수는 있지만 그건 앞선 문화를 벤치마킹한 수준이고 머리 등 특징적인 부분은 물론 내용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펩시가 백지수표를 건넸던 김벌레씨가 음향에 엄청난 공을 들인 점 등을 봐도 그렇죠."

선과 악으로 이분되던 일본 애니메이션과 달리 태권브이는 악당에게도 그럴 만한 서사를 부여하는 등 당시로서는 참신한 내용이 돋보였고 1976년 첫 개봉 이후 엄청난 관객을 모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실제 태권도 유단자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온 이질감 없는 동작, 세계 최초로 무술을 하는 로봇인 점 등 태권브이는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명작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초당 12프레임으로 제작비를 줄이던 일본 애니메이션보다 작품 질을 높이려는 욕심에 15프레임 이상을 쓰는 등 무리를 했다.

그 때 원화 사용량은 예산 대로라면 2만3000장 정도가 마지노선이었는데 무려 1만4000장을 초과한 3만7000장을 써버렸다.

이렇게 제작비가 배로 든 데다 극장이 관객 수를 줄여서 수익을 빼돌리는 횡포 때문에 그는 큰 빚을 져야 했다.

다행히 태권브이로 진 빚은 '똘이 장군'과 '우뢰매'로 갚았다. 두 작품이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인 이유다.

대한민국 극장 애니메이션의 산 증인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그는 청주 '동심'이 서울 기념관보다 좋다며 세대 화합을 위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차 한 잔 하며 추억을 곱씹고, 아이들은 뭔지는 몰라도 일단 로봇이니까 좋아하지 않겠어요? 태권브이를 매개 삼아 대화를 하게 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또 가능하다면 심청전과 더불어 '별주부전'과 '흥부놀부'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요."

전영균 테마카페 동심 '김청기 기념관' 대표
전영균 테마카페 동심 '김청기 기념관' 대표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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