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널리 알리는 소리꾼 될래요”

장애를 딛고 국악거장 반열에 오른 언니 이지원(오른쪽)양과 동생 송연양.
장애를 딛고 국악거장 반열에 오른 언니 이지원(오른쪽)양과 동생 송연양.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열한살 어린 소녀와 스무살의 언니가 화음을 뽐냈다. 장윤정의 ‘약속’을 선곡한 자매는 민요와 트롯이 결합된 구수한 창법으로 깊은 울림이 있는 무대를 펼쳤고,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격찬을 받았다.

각 시도를 대표해 출전한 KBS2 트롯 전국체전에서 충남대표로 나와 ‘8도 올스타’를 수상하며 공중파를 통해 대중적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알린 이지원·송연 양의 2019년 12월 얘기다.

공주 태생이자 현재도 부모와 함께 공주에 거주하면서 국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두 사람은 이제 지원(나사렛대 실용음악과) 송연(공주여중1) 이름보다 ‘국악자매’ ‘민요자매’로 통한다.

전국구 스타급 연예인 반열에 오른 자매 덕분에 공주가 더 많이 홍보 되면서 공주시 지역사회에서는 자매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자매의 화음이 빛을 발한건 예기치 못한 우연에서 시작됐다.

언니 지원 양은 선천성 대동맥협착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났다. 걸음이나 언어, 신체 발달 등이 또래에 비해 현저하게 늦었다. 두 살때 검진 결과 희귀질환인 ‘윌리엄스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런 지원 양에게 신은 놀라운 ‘절대 음감’을 선물했다. 부모가 그걸 발견했다.

성장과정에 대해 지원 양은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아빠 말씀으로는 제가 유난히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울다가도 음악이 들리면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고 합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악보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안 부모님이 악보가 필요없는 국악을 시켜 주셨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빠 손을 잡고 공주 박동진 판소리전수관에 가서 판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죠”라며 그게 자신과 동생의 인생 항로를 결정지은 계기였다고 밝혔다.

동생 송연 양도 어릴 때부터 언니와 함께 자연스럽게 국악을 가까이 접했고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경기민요를 배웠다.

그렇게 국악을 접한 자매가 국내외 크고 작은 각종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내용은 셀수 없이 많다.

지원 양은 2017년 10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 대상(문체부 장관상)을 시작으로, 같은해 10회 전국장애음악콩쿨 대상(교육부 장관상), 2018년 일본동경골드콘서트 15주년 특별상, 2019년 7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상임대표상, 2020년 올해의 장애인상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송연 양도 2017년 대구전국아리랑경창대회 금상을 비롯해 같은해 과천전국경기소리경창대회 은상, 2020년 공주전국어린이국악경연대회 금상 등 굵직한 대회를 석권했다.

국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대통령과 영부인을 만났던 순간을 꼽는다.

지원 양은 “2018년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리던 63빌딩에서였어요. 언니와 아리랑·뱃노래로 축하공연을 선사했는데, 김정숙 여사님이 공연 후 직접 칭찬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라며 큰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둘이 가장 잘 부르는 노래는 ‘홀로아리랑’이다.

송연 양은 2019년 독도 접안시설에서 장애인단체 500여명이 함께한 자리를 떠올렸다.

“저희가 홀로아리랑을 부를 때 공연을 보던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함께 따라 열창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라며 그 기억을 잊을수 없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비롯해 일본, 몽골, 태국, 네팔 등 해외 공연을 다니며 국외선양에도 큰몫을 하고 있다.

단아한 한복을 입은 어린 자매가 모국에서 날아와 멋드러진 소리로 우리가락을 열창하면 교민들은 향수와 감동을 느끼며 우레와 같은 큰 박수를 보내준다고. 그게 자매에게는 ‘에너자이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를 해줄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현재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 홍보대사, 국립충청국악원 공주유치 홍보대사, 백제세계유산축전 홍보대사, 한국장애인문화협회 홍보대사 등 사회 활동에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국악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자매는 2018년부터 유튜브 채널도 운영중이다. 주로 방송출연 영상과 공연활동 영상을 올린다.

두 소녀의 꿈은 장애예술인으로서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소리꾼이 되는 것이다.

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우리나라의 국악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싶다.

자매의 꿈이 가을볕과 함께 영글고 있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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