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대선을 보름 앞둔 지난 22일, ‘철학하는 삶’을 위한 2기 동양포럼 운영위원회가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지도자의 덕목’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의 사회로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학과 교수(주간)가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주제 지도자의 덕목

●날짜 2022. 2. 22

●장소 동양일보 회의실

●참석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학과 교수(주간)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

●정리 김미나 차장
 

정세근 교수 “반갑습니다. 오늘은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어렵지만 좀 가벼운 마음으로, 또 직설적으로 명료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가 지도자의 선출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인류 사회에 어디나 지도자는 있기 마련인데, 과연 무엇이 지도자의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병기 교수 “지도자의 덕목을 얘기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지점은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에서의 지도자와 지금 21세기 초반 한국사회, 즉 시민사회의 지도자는 달라야한다는 전제가 좀 명확히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전제, 즉 지도자 자신도 시민임을 인식한다는 전제를 갖고 이야기하자면 저는 경청 능력을 꼽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 귀를 열고 들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갖춰져야만 다른 것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가지 전제를 묻는다면 저는 경청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양식 교수 “저도 경청으로 생각합니다. 지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을 조정해서 일정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말을 경청해 듣는 게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합니다. 이 대화와 타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청이라는 덕목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 조선시대 27명의 왕 중에서 아마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왕은 세종대왕과 정조일 것입니다. 세종대왕은 조선 전기 르네상스시대를 열었고, 정조는 조선 후기 르네상스시대를 열었습니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을 통해서, 정조는 규장각을 통해서 당대 최고의 지성인 또는 신진 정치인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듣고 시대 정신을 수용하면서 정책화하였습니다.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의견을 존중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지요.”

정세근 교수 “저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가장 필요한 게 책임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우리 사회에서 ‘내 잘못이다’라고 책임지는 사람을 지도자로서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고 작은 조직도 그렇고, ‘내 잘못이야 내가 책임질게’라는 사람을 드물게 봅니다. 그게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판단을 중요시합니다. 박 교수님 말씀처럼 정말 일반 시민 누구라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도자가 되지 않아야 할 사람도 있습니다. 재밌는 얘기지만 어떤 사람이 과연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김양식 교수 “요즘 대선 정국에서 거짓말 논란이 엄청 치열하잖아요.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대선 정국이 거짓말 논쟁에 휩싸여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지도자의 가장 나쁜 조건이 거짓말을 일삼는 지도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 같은 경우에도 이런 말씀을 하셨죠. ‘당신이 나라를 사랑하고 조선이 독립되길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이제부터 죽더라도 거짓말하지 맙시다’ 조선시대 성리학에서도 군자의 길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제시했는데, 이는 지도자가 되는 첫 출발점으로 남을 다스리기 전에 먼저 자기 인격을 갖추라는 말이지요. 거짓말하지 않는 참된 인격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의 시작이자 끝인 것 같습니다.”

박병기 교수 “어떤 시대든 지도자가 갖추고 있어야 할 보편적인 요건과 시대에 맞는 특수한 요건이 분명히 있죠.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 중에 하나로 저는 지도자가 기본적으로 시민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싶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시민 의식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돼요. 자기가 무슨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이른바 마키아벨리즘에서 정치와 도덕이 상당 부분 구분되기 시작했죠. 저는 그게 의미 있는 구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정치가 도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세근 교수 “세 번째 질문입니다. 과연 우리는 지도자로 선출되기에 부족한 국민인지, 더 나아가서 정말 내가 대통령이 왜 못 되는지 한번 좀 말씀해 주십시오(웃음).”

박병기 교수 “사실 아테네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추첨을 통해서 지도자를 뽑은 역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당시에 시민으로 인정받는 시민들 사이의 추첨이지요.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추첨을 통해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던 것이죠. 불교의 초기 승가 공동체 안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만장일치를 전제로 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성이 구현됐죠. 우리 화백제도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 이후의 역사 속에서 평등의 범위를 확대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는 어떤 신민의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임금과 신하가 따로 있고 백성과 군주가 따로 있고 이런 맥락들을 통해서 지도자가 될 사람들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그 의식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교육 평등 구조 안에서 충분히 교육받기만 하면 누구나 다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그런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정세근 교수 “박 교수님, 왜 대통령 왜 못돼요?”

박병기 교수 “아니 누구나 될 수 있죠, 근데 안 하고 싶은 거지요(웃음).”

김양식 교수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와 사회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가 있어요. 물론 그것은 역사적인 유산이기도 합니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1인 대통령제가 되어서 지나칠 정도로 대통령한테 권력이 집중이 됐단 말이에요. 문제는 특정 지도자한테 권력이 집중되는 양상이 공적 그리고 사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돼 어떤 조직이든 기관이든 단체이든 지도자의 힘이 너무 센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특정인 또는 특권 세력이 나타나고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야기되고 세력 다툼이 나타나면서, 진영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또 하나는 우리 역사의 특성상 집단주의 내지 전체주의가 상당히 강한 나라예요. 이번 코로나 방역에서도 여실히 증명이 됐죠. 이렇게 집단과 전체가 강조되다 보니까, 개별성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집단 또는 전체보다 그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존중받고 그들이 빛나는 시대로 전환이 돼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구성원 하나하나가 빛나 집단 전체가 빛나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우리 시대의 과제이고 또 이런 열린 공간이 만들어졌을 때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도자로 또는 대통령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더 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정세근 교수 “김 교수님. 왜 대통령이 못 돼십니까?”

김양식 교수 “제 길이 아니니까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병기 교수 “교수님 말씀 중에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우리 사회 제도가 그런 의식들을 부추기는 경향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러니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대학 나와도 9급부터 시작하는데 5급을 주고. 기본적으로 선민의식을 부추기는 거죠. 단지 그 시험 하나 통과된 것으로요. 역사 속에서는 상당히 좋은 제도로, 나름 공정한 학자관료 선발 제도로 작동했던 과거 제도가 이제 이런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것이지요. 빠른 시간 안에 그런 제도들을 없애고 다른 방식으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급과 5급의 출발선 사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9급으로 들어오면 5급 승진이 필생의 목표인데, 20대에 5급을 달아버리면 당연히 선민의식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겠지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제도들은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가야 합니다.”

정세근 교수 “네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타살, 자살, 투옥 등의 불행한 역사로 점철돼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행복한 지도자가 나와야 국민도 행복한 것 아닐까요?”

박병기 교수 “우리 현대 정치사의 비극이죠. 우선 집권 과정에서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와 전두환의 경우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응징을 받을 만했지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처럼 나름대로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추고 있다고 우리가 믿었던 분들조차 자살로 몰고가는 이런 문화를 도대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게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 방법은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정치적 대립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두 유력정당인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와 보수로 쉽게 구분되지 않거든요. 둘은 그냥 정치적인 세력의 대립인 거죠. 그것도 극단적인 대립. 그러니까 이 양쪽의 극렬한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거죠. 심지어 그 중에는 이 현상을 극복하는데 앞장서야할 책임이 있는 일부 지식인들도 포함돼 있어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축약어인 ‘내로남불’로부터 양 진영 모두 자유롭지 못합니다. 도덕의 최소 기준인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인 것이죠.”

정세근 교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김양식 교수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시민토론회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합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원칙과 상신을 만들어가는 열린 시민 토론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곧 우리 사회가 지난 20세기의 업보를 청산하고 새로운 의식과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핵심적인 내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박병기 교수 “그 지점과 관련해서 저는 주로 학교 시민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재의 성인 중심의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어찌 됐거나 나름대로 괜찮은 시민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치고 어른이 돼버린 불행한 사람들이거든요. 학교 시민교육의 성과는 주로 미래에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안에 시민 교육의 장 또는 시민 토론의 장들이 지속적이고 좀 적극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세근 교수 “얼마 전에 통화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광주에서 시민대학을 운영하더라고요. 광주에는 자동차 기업이라든지 여러 좋은 조건이 있지만, 거기 운영 방식을 좀 배워보고 싶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나라고 스스로 질문을 해놓고 대답을 해놨는데 잊어버렸었어요. 그게 뭐였지 생각해 봤더니 같은 대답이 나왔어요. 전 국립대학 무상화 시키겠습니다. 대학개혁 당시 독일과 프랑스가 그랬듯이 그래보겠습니다. 50%는 공동 선발, 공동 졸업시켜서 국가 교육의 근간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뽑아주십시오(하하). 이상입니다.(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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