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성훈 소방사, 김광배 소방위, 서창우 소방사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지난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213시간 동안 타오르다 주불이 잡혔다. 울진군의 1만8463㏊가 화재 영향권에 들었고, 748개 시설물(주택 351채, 비닐하우스 63개, 축사 16개)이 불탔다. 이 불을 잡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소방대원들이 파견됐는데, 청주지역에서 울진으로 2번 파견됐던 소방대원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편집자

 

울진 산불화재 현장의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울진 산불화재 현장의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26년 소방대원 생활하면서 화재를 보고 위압감을 느낀 적은 이번 산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고성 산불 때도 파견을 나갔었지만, 울진이 더 심각했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감정은 그저 ‘당혹스럽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청주동부소방서 김광배 소방위(56‧사천119안전센터 1팀장)의 말이다. 김 팀장과 정성훈 소방사(34), 서창우 소방사(26)는 지난 4~6일, 9~10일 144시간을 울진에서 보내면서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한 당일 오후 6시 청주에서 울진으로 출발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긴 시간동안 화재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국에서 소방력이 동원됐고, 각 지자체에서 화재진압을 위해 출발한 헬기도 100여대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점점 울진으로 다가갈수록 참담한 상황만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 지휘소가 설치된 울진 원자력발전소 도착 15분 전부터 시야에 보이는 모든 지역이 불타고 있었다. 이들이 지휘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께. 지휘소의 통제에 따라 울진군의 한 마을에 들어선 이들은 참담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평소라면 고즈넉한 풍경이었을 분지지형의 마을이 둘러싼 산을 타고 내려오는 불길에 갇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당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현장에 도착한 이들에게 “제발 불을 꺼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펌프차 1대와 3명의 소방대원뿐이었지만, 소방대원으로서의 사명감이 이들을 이끌었다. 화재 진압에 나선 이들은 곧 난관에 부딪혔다. 펌프차에 적재하고 간 물이 전부 소진된 것이다. 김 팀장은 급히 주민들에게 급수지원을, 지휘부에는 물탱크차량 지원을 요청했다. 4시간의 사투 끝에 인근 화재를 진압한 이들은 마을 주민이 고맙다며 건네준 귤 한 알이 그렇게 맛있었다고.

울진 산불화재 현장의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울진 산불화재 현장의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이날 이들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은 현장에 투입된 지 15시간이 넘은 5일 정오께다.

“15시간동안 현장에 있었던 것도 몰랐죠. 그저 눈에 불길이 보였고, 저걸 진화해야 주민들이 안전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직원들도 같은 마음이었는데 지휘부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지령을 듣고 나니 막 피로가 몰려왔죠. 잠시 숙소에 와서 씻고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어요”

이들이 휴식을 취한 시간은 고작 6시간 뿐. 오후 7시에 또 다시 현장으로 투입된 이들은 6일 오후 3시까지 쉼 없이 화재와 사투를 벌였다. 잠은 이동 중 번갈아가면서 쪽잠을 잤다고 한다. 6일 오후 9시. 이들이 사천119안전센터로 돌아온 시간이다. 이들은 복귀 후 바로 장구류 정비를 마치고 시민들을 위해 기꺼이 당일 야간 근무를 섰다.

김 팀장은 “출장 후 휴식도 중요하지만, 삶의 터전인 청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팀 말고 다른 팀들도 다 교대로 울진 현장에 파견됐는데, 누군가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울진 산불화재 현장의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울진 산불화재 현장의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밤을 꼬박 새운 1팀은 하루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이튿날인 지난 9일 오전 8시 울진 화재 현장으로 다시 떠났다. 두 번째 파견에서는 울진군 읍남리 일대에서 현장 화재 진화임무를 맡았고, 이후에는 지휘소가 설치된 원자력발전소 일대 방어선 구축 역할을 맡았다. 당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원전과 불과 1㎞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번지기도 했다.

“13일 오전 진화 소식을 듣자마나 ‘피해가 더 커지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전히 화재진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국민들과 무거운 펌프를 지고 산 깊숙이 진입해 화재를 진압해준 산불진화대, 해병대 등 관계기관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충북소방본부는 울진 산불 현장에 모두 473명의 소방대원과 장비 26대(헬기 1대, 위성중계차 1대, 펌프‧물탱크 24대)를 지원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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