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 다함께 금빛노을에 물들어요"

곽희일 이장이 금계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금계리는 청주 곽씨 집성촌이에요. 조선 초기 수양대군이 단종을 시해하고 세조로 등극했을 때 서산군수를 하고 있던 곽비, 충청병마사였던 곽음 형제가 낙향하면서 금계리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게 마을의 시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곽희일(65·옥산면 금계리) 이장의 설명이다. 금계리라는 지명은 당시 낙향했던 곽씨 형제가 이들이 부리던 군사나 노비에게 재물을 풀면서 고향으로 돌아가 살라고 했는데, 이 중 한명이 “그럼 어르신들은 어떻게 사십니까”라며 금 한 덩이를 되돌려 줬는데 곽씨 형제는 “나라 잃은 사람이 금이 다 무어냐”며 이 금덩이를 계곡에 내던졌다. 그러면서 금덩이가 계곡에 있는 동네로 소문이 난 것이 지명의 유래라고 한다. 지금도 마을에는 청주 곽씨 사당이 있고, 매년 이들을 기리는 행사를 진행한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청주 곽씨 사당(사진=신우식 기자)
마을 입구에 위치한 청주 곽씨 사당(사진=신우식 기자)

 

금덩이 계곡이라는 지명에 걸맞게 1970년대까지 마을에서 사금을 채취하기도 했다. 지금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금 채취가 중단됐다. 마을 앞을 흐르는 병천천(구 천수천)과 마을 뒤편의 망덕산 등으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지난해 수능특강 한국지리 영역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곽 이장은 “이전에는 청주 곽씨가 마을 주민의 61%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으나 지금은 절반이 채 안돼요. 항상 마을 분들께 감사한 것은 원주민과 이주민 간에 갈등이 전혀 없고 화합이 잘되고 있는 점입니다. 마을 행사를 추진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서주세요”

마을을 앞으로는 병천천(구 천수천)이 흐르고 뒤로 망덕산이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의 마을(사진=신우식 기자)
마을을 앞으로는 병천천(구 천수천)이 흐르고 뒤로 망덕산이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의 마을(사진=신우식 기자)

 

현재 이 마을에는 92가구 18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2015년까지는 원주민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귀농·귀촌 세대가 많아지면서 원주민 비율은 63%까지 떨어졌지만, 주민간의 갈등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1년에 몇 차례씩 마을 대청소, 꽃길 가꾸기, 농업폐기물 분리수거 등 작업에도 서로 지원할 정도라고.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자주 모여 ‘한여름 밤의 영화제’, ‘월드컵 마을 응원전’ 등의 행사도 많았다. 행사에는 곽 이장이 섭외한 삼성생명의 자원봉사단이 참여해 주민들을 위한 마술쇼를 펼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모든 행사가 중단됐다가 올해 정월대보름에 소규모로 축제를 진행했다.

장승깎기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사진=곽희일 이장)
장승깎기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사진=곽희일 이장)

 

곽 이장은 “올해 정월대보름에는 주민들과 소규모로 ‘금빛달빛축제’를 개최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손자·손녀들에게 우리가 어릴 때 했던 장승 깎기, 솟대 만들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기획했죠. 또 사일리지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어 아이들이 위에서 뛰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청주서부소방서의 협조를 받았고, 축제 참석 신청을 미리 받는 등 인원제한을 지켜 방역 수칙도 준수했다.

지난 정월대보름 금계리 자체축제인 '금빛달빛 축제' 행사 모습들(사진=곽희일 이장)
지난 정월대보름 금계리 자체축제인 '금빛달빛 축제' 행사 모습들(사진=곽희일 이장)

 

유일한 단점은 보행자를 위한 안전보행로가 없다는 점이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주변에는 보행자를 보호할 수단이 없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때문에 인도 설치를 원하는 주민들이 많다.

또 마을 인구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없어져 외로움을 느끼는 문제도 있다. 곽 이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주시청과 함께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마을종합복지관 증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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