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진지 견학 가던 마을이 이제는 선진지로
옛 것의 정취와 현대적인 시설이 어우러지는 곳

이관일 이장이 마을 명소인 정미소 카페 앞에서 마을을 설명하는 모습
이관일 이장이 마을 명소인 정미소 카페 앞에서 마을을 설명하는 모습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우리 마을은 예스러움과 주민 편의를 위한 현대적인 시설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선비마을이라는 이명이 있어요. 또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남기고자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청소도 열심히 해요. 그래서 마을 앞 하천에도 지금은 보기 힘든 가재도 잡히는 청정지역입니다”

이관일 이장이 마을 명소인 정미소 카페 앞에서 마을을 설명하는 모습
이관일 이장이 마을 명소인 정미소 카페 앞에서 마을을 설명하는 모습

 

이관일(51·청원구 내수읍 저곡리) 이장의 설명이다. 전주 이씨 집성촌으로 시작된 이 마을은 조선 초 형성됐다. 조선의 시조로 유명한 태조 이성계의 형이 낙향하면서 마을을 세웠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당시 그가 심은 회화나무(통칭 회나무)는 지금도 마을의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마을 경로당 바로 옆에 자리한 높이 25m, 둘레 38m의 이 보호수는 2013년 청주시로부터 144호 보호수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지명인 저곡리는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던 골짜기라는 지명인 닥골을 한자어로 치환한 것이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 100년이 넘는 정미소(방앗간)이 있어요. 허물자니 마을의 역사를 없애는 것 같고, 여러 고민 끝에 주민들이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당시 지자체에서 마을 개발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1위를 한거에요. 그래서 탄생한 정미소 카페가 마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정미소 카페 내부에 전시된 물품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정미소 카페 내부에 전시된 물품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마을의 명소인 정미소카페의 탄생 비화다. 새마을부녀회가 운영하는 이 카페는 주민들이 정담을 나누는 장소로, 때로는 외부 손님과 미팅을 하는 곳으로 이용된다. 처음에는 차 종류만 판매했지만, 고심 끝에 식사메뉴도 넣어 식사와 차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카페 내부에는 과거 정미소에서 사용하던 장비들과 주민들이 기증한 숯 인두, 숯다리미, 작두, 단종된 담배 등 생활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과거 청원군 소속 시절 작성된 수기 명부도 보관돼 있다.

정미소 카페 내부에 전시된 물품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정미소 카페 내부에 전시된 물품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물품들이 전시돼있다.

 

카페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전부 마을에 환원된다. 명절 때마다 지역 주민들에게 각종 선물세트가 제공되고, 마을 공동 비품 구매 비용(제설함 설치 등)으로 사용되는 이상적인 마을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특히 수익금을 이용해 모든 가구에 도자기로 구운 명패를 하나씩 설치해 준 것이 주민 만족도가 높다고. 때문에 은퇴 후 저곡리 주민이 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마을 느티나무 우물 내부. 나무 뿌리를 통해 바로 음용이 가능한 맑은 샘물이 솟아나 모여있다.
마을 느티나무 우물 내부. 나무 뿌리를 통해 바로 음용이 가능한 맑은 샘물이 솟아나 모여있다.

 

정미소를 개조한 카페 말고도, 마을 뒷산에 자리하고 있는 우물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수 백년 수령의 느티나무 뿌리 부근에 위치한 이 우물은 나무뿌리에서 맑은 물이 1년 내내 나온다. 현재도 음용이 가능한 수질로 판정받아 주민들이 오가며 샘물을 원샷(?)한다고.

저곡리 마을 입구에 설치된 선비마을 표지판
저곡리 마을 입구에 설치된 선비마을 표지판

 

최근에는 농림부 새뜰마을 사업대상으로 선정돼 기존 슬레이트 구조던 마을 지붕들이 전부 기와나 내열성, 환경오염이 적은 소재로 변신을 마치기도 했다.

마을 기금으로 만든 도자기 식 명패. 마을 모든 가구에 부착돼있다.
마을 기금으로 만든 도자기 식 명패. 마을 모든 가구에 부착돼있다.

 

“이전에는 정월대보름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윷놀이도 하고 정담도 나눴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한됐잖아요. 그래서 어르신들 적적하지말라고 3개월에 한 번씩 지자체보조금, 카페 수익금으로 삼계탕, 간식 등 식료품을 전달해드리고 말상대가 돼드렸어요. 어르신들이 좋아하죠”

마을 특유의 선행인 선정 제도도 있다. 매 분기마다 마을에서 선행을 펼친 주민을 선정, 인증패와 소정의 상품권을 주는데, 주민끼리 갈등이 없다고. 상품권은 카페 수익금으로 마련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사례다.

마을 보호수
마을 보호수

 

이 이장은 “최근 축사를 운영하는 곳을 폐쇄하고 캠핑장으로 변경된다는 안건이 있어서 마을 주민들 모두가 모여 회의를 했어요. 마을 홍보차원에서는 좋지만, 방문객들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소음, 공해 등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죠. 마을에서도 이런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주민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개최되고, 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지하죠. 큰 다툼이 없는 이유가 투명한 운영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저곡리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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