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1980년대 초까지 여러 약화사고가 발생했다. 파상풍에 걸린 말혈청을 디프테리아 항독소로 사용해 유발된 유아사망사건, 아편함유 소아시럽에 의한 영유아 사망사건, 아닐린블루 눈썹화장품에 의한 실명, 비만치료제 Mer-29로 인한 간독성과 백내장 유발사건, 헤로인 유사물질인 항생제 설파닐아미드에 인한 사망사건이 있었다.

1960년대에 입덧억제제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는 1만2000여명의 기형아 출산과 4000여명의 영아를 사망시킨 20세기 최대의 약화사건이었다. 생존 신생아 8000명은 해표와 같이 팔다리가 없는 기형이 유발됐다. 임산부 태아의 기형은 투약량과 상관없이 임신 4~10주에 1회 복용할 경우에도 발생했다. 쥐나 개의 동물실험에서 기형 발생은 없었으나 원숭이에서 임신 25∼28일째 사람복용량으로 해표지증이 유발되고 토끼도 유발되어 이후 토끼의 최기형시험이 의무화됐다. 이런 약화사고들은 동물시험의 미실시, 데이터 조작, 생식독성시험의 미실시로 유발된 재앙이었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1979년 미국 FDA에서는 동물실험을 법제화하고 독성시험의 신뢰성을 보증하는 GLP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신물질 독성시험에는 생쥐, 랫드, 햄스터, 토끼, 개, 원숭이 같은 실험동물이 사용된다. 왜 동물실험을 할까? 사람과 생쥐의 유전자는 85% 이상, 침팬지는 99% 일치해 동물 시험결과는 사람의 결과와 유사하다. 하지만 독성이나 부작용을 모르는 미지의 물질을 바로 사람에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 비윤리적이기에 사람에 적용 전에 반드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이다.

백혈병, 관절염치료제로 개발된 항체치료제인 TGN1412는 사람의 1상시험 도중 건강지원자 6명의 모든 장기가 손상되고 머리와 목이 정상 크기의 3배로 부어 코끼리 인간처럼 됐다. 항체치료제는 인간에만 작용토록 개발됐기에 쥐나 개의 동물시험에서 부작용 확인이 어려워 사람에 가까운 영장류시험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의약품의 경우 전임상시험 후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시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2, 3상 시험을 거치지만 화학물질은 동물실험만으로 위해성 예측을 한다.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는 화학물질 수는 5만종이 넘지만 유해정보가 확인된 것은 15% 정도이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화학물질에 의한 약화사건은 고엽제, DDT, PCBs, 멜라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동물실험 자료 없이 사용된 고엽제에는 다이옥신 성분이 함유돼 그 부작용으로 베트남인 40만명이 사망하고 50만명의 기형아가 발생했다. 2011년 국내에서는 최대의 환경 비극인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했다. 원래 카페트 항균제로 허가됐던 화학물질이 흡입독성 자료 없이 가습기살균제로 시판됐다. 건강한 사람, 임산부와 영유아가 급성호흡부전 등 원인 미상의 폐손상으로 1700명이 사망하고 추정 피해자만도 95만명이나 된다. 동물을 사용한 흡입독성 시험결과 경구독성에 비해 1000배나 독성이 높은 것이 밝혀졌다. 투여경로가 다르면 독성도 달라 별도의 흡입독성자료가 요구되는데 이를 무시한 허가당국의 무지가 빚어낸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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