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우리는 경험한 만큼 세상을 본다.

그리고 나의 경험은 타인의 경험과 본질에서 같지 않다.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분위기 맥락이 모두 섞여서 이뤄지기 때문에 경험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고대 서양 철학자들은 경험이 편파성과 주관성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socrates)도 그중 하나였다.

소크라테스는 개인의 경험이 지닌 한계를 명백히 인식한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요즘 맥락으로 풀자면 ‘너의 경험이 지극히 편파적이니 너도 진짜 너의 모습을 모른다’쯤이 될 것이다.

아테네 사회에는 요즘 말로 정말 다양한 유형의 꼰대가 있었다.

정치에 참여한다고 무한한 자긍심을 갖는 꼰대와 민중의 인기를 한 몸에 안았다고 자부하는 꼰대, 얼굴이 잘생겼으니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 꼰대 등 여러 종류였다.

그중 가장 위력적인 꼰대는 그리스 지역을 돌며 말의 기술을 가르치던 소피스트(Sophist)들이었다.

소피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그들은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말을 받아치는 기술에 굳이 전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야만 고액의 수업료를 제자들로부터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테네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정말 꼰대 느낌이 났다.

시민들은 오래된 정치와 사회적 관습에 깊게 얽매였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한 바를 제기하기보다는 집단 눈치를 봤다.

때로는 미신에 기대어 자신의 이해관계를 강변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테네는 겉으로는 민주주의 사회지만 실제로는 다수 여론이 지배하는 도시였다.

정치적 이익은 정의와 진실이라는 단어로 포장됐다.

사회통념에 벗어나는 사람은 아무리 훌륭하고 옳은 인물 일이더라도 도편추방(陶片追放)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국외로 쫓겨나야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답답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젠체하는 지식인들,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끊임없이 의심을 제기했다.

아테네 시민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저마다 남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고 살기를 바랐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너의 판단은 과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가?, 아니면 오랜 세월 동안 주입된 가치와 경험을 재탕 삼탕하는 것인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집단기억에 의존해 마구 떠들고, 일이 벌어진 후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다른 사고를 할 줄 아는 지성인은 생산적 의심을 할 줄 안다.

진실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의식 때문이다.

생산적 의심을 연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꼰대를 만드는 경험의 장벽을 해체하기 위해 내면을 공고히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소크라테스의 해법은 ‘대화’다.

그와 관련된 대부분 기록은 제자인 플라톤(Platon)이나 크세노폰(Xenophon)과 주고받은 대화록들이다.

서로가 어떤 가정이나 전제도 없이 솔직하게 주장을 교환하며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다.

선생은 학생과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하면서도 집중력 있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현실에 대해 의심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 깨닫게 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산파술(産婆術)이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무지를 자각하게 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올바른 개념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이다.

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산파의 도움을 받고 유도분만 하는 것처럼 지혜와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도 적절히 유도돼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가 이끄는 중원미술가협회도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이념을 작품을 통해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낡은 사고와 관습을 과감히 부숴버리면서 예술가 혼을 담아 중원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어떻게 작품을 표현할 것인가, 예술을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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