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정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

손민정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

[동양일보]지난 3월 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웃픈 사건이 벌어졌다. 시상을 위해 마이크를 들었던 코미디언 크리스 록(Chris Rock)이 남자 배우 윌 스미스로부터 크게 한 방 맞았다. 물론 생방송 도중에 일어난 일종의 방송사고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크리스 록의 농담 한마디 때문이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한 그였기에 그날도 수상 후보자들에 관한 이런저런 농담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남우주연상 후보로 참석한 윌 스미스의 부인 제이다(Jada)를 보고서는 “<지. 아이. 제인 2탄>을 기대할게요”라고 농담을 건넨 것이다. 왜냐하면 제이다가 삭발을 하고 왔기 때문이었고, <지. 아이. 제인>이라는 영화는 여자 주인공이 삭발하고 등장하는 유명한 작품이니까 이를 연결시켜 농담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윌 스미스도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표정은 분노로 급변했고 무대 위로 큰 걸음으로 올라가서 크리스 록의 왼쪽 뺨을 크게 한 방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욕설을 섞으며 “내 아내에 관한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뱉지 마라”고 몇 번이나 외쳤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크리스 록은 원래부터 제이다와 무척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이 정도 농담은 괜찮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제이다 역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삭발에 대한 자부심을 밝힌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제이다의 삭발에는 희귀병으로 인한 원형탈모라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기에 크리스 록의 농담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유투브를 통해 원로 코미디언 제이 레노(Jay Leno)가 흥미로운 한 마디를 던졌다.

제이 레노는 미국 텔레비전에서 18년 동안 토크쇼를 진행했을 만큼 유명한 코미디언이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논평을 짧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나의 문제를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농담에 그토록 흥분한 이유는 이러한 착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제이 레노 역시 무척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의 고민과 아픔을 알고 공감할 줄로 착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유명한 사람일수록, 성공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을 사람일수록 타인의 사랑과 관심에 대해서 너무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이다.

비단 유명인의 경우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각기 자신만의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리고 점차 그 고민이 깊어지면 질수록 마치 모든 다른 사람이 나의 문제를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의 그 민감한 문제를 잘 알아주지 못하거나, 또는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되면 격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크리스 록의 농담은 실수였음이 분명하다. 제이다의 삭발을 눈여겨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윌 스미스의 폭행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사실, 논자는 윌 스미스를 수년간 응원했던 팬이다.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출연했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니로 등장했던 영화 <알라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시청하면서 그의 재능에 늘 놀라워했었다. 심지어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도 유사한 미국의 SAT에서 만점을 거두었던 경력이 있기에 그의 똑똑함은 비현실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왔다.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그도 무척 후회한다.

우리는 여러 사람과의 다양한 만남을 가지며 살아간다. 때로는 지속적인 만남을 가질 사람들이기도 하는가 하면, 때로는 띄엄띄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수많은 만남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해와 사랑을 너무 당연시하거나, 지나치게 강요한다면 분노할 일로만 가득하게 될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늘 타인에 대한 이해에 대한 교육을 강조한다. 정말로 중요한 교육이다.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수백 번을 강조해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거꾸로 생각해서, 타인에 대한 이해를 지나치게 당연시하는 것에 대한 성찰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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