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 문화 등장… 저렴·간편한 도시락 인기
핫도그 1개 5000원, 원자재 올라 외식업계 줄줄이 인상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런치플레이션’ 아십니까?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은 점심을 뜻하는 런치(Lunch)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최근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가중되는 어려운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청주 사직동의 A보험 회사에 근무하는 김연아(33)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식당보다 편의점을 찾는다.

회사 주변의 단골식당이 백반 1인분 가격을 6000원에서 9000원으로 한 달 새 3000원이나 인상하면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편의점을 찾아 컵라면과 김밥을 주문하면 4500~5000원 정도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택배 배달기사인 박정우(복대동·39)씨도 마찬가지로 편의점을 찾는다. 배달지가 율량동인 그는 한 김밥 전문점에서 매일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하지만 김밥 1줄 가격이 4000~5000원으로 오르면서 발길을 돌렸다.

박 씨는 “매일 같은 동네를 배달하기 때문에 한 분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요즘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며 “장사도 안되는데 김밥 1줄을 시켜 먹자니 눈치가 보일 것 같아 편하게 편의점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식료품 물가가 오르면서 이곳의 분식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참치·치즈·스팸·마요 김밥 등 재료가 추가된 메뉴는 기본 3000~5000원, 라면 한 그릇 4000원, 김치볶음밥 6000원 등이다.

박 씨는 “하루 6000~7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요즘엔 가격이 너무 올라 분식집도 못 가는 형편이 되었다”며 “월급 빼고는 다 오른 것 같아 요즘 돌아다니기가 무섭다”고 전했다.

이처럼 밥상물가가 오르면서 국수 한 그릇이 8000원, 순대국밥 한 그릇이 1만원, 냉면 한 그릇 1만5000원인 ‘고물가 시대’가 왔다.

이러다 보니 일부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가성비 좋은 단체식당, 점심 뷔페를 찾는다.

사창동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정미(56)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불가피하게 지난달부터 1인분 가격을 기존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는데 손님들의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하루 평균 150인분을 팔았는데 요즘에는 50인분도 주문받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밀 가격이 오르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가공식품 업체들도 연달아 제품을 인상하고 있다.

지난해 밀가루 20kg 1포대 가격은 1만5000원. 올해는 3만원을 이미 넘어섰다. 1년 사이 두 배가 넘게 오르 것이다.

대표적인 밀가루 가공식품인 핫도그도 1개당 판매가격이 5000원, 떡볶이 1인분 가격도 평균 4000~4500원에 팔리고 있다.

청춘분식 박정민(48·복대동) 대표는 “20년을 넘게 장사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밀가루 가격이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단돈 1만원으로 배부르게 즐기던 분식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전했다.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점심값이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률이 56%에 달했고 ‘약간 부담된다’다는 39.5%로 집계됐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점심값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편의점은 갑자기 찾아온 호황에 샐러드·샌드위치, 요거트·아이스크림, 간식류, 밀키트와 HMR(가정간편식) 등 품목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손님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저렴하고 간편한 식사를 위해 손님들이 점심시간에 몰리고 있다”며 “편의점 간편식도 이젠 다양하고 고급화되어 여성 손님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에 반사이익을 본 편의점 업계는 대형외식업체와 공동개발한 신메뉴를 출시하는 등 간편식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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