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식 수박딸기연구소 육종재배팀장

윤건식 수박딸기연구소 육종재배팀장

[동양일보] 한낮 기온이 30℃가 넘나드는 이맘때면, 수박딸기연구소가 위치한 이곳 음성 대소면과 맹동면을 중심으로 새벽녘 비닐하우스에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손에 들기도 힘든 수박을 차에 싣는 외국인 근로자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한편 대형마트의 소비자들은 수북하게 쌓여있는 수박 더미 속에서 맛있는 수박을 고르기 위해 한 번씩 손으로 두드려 보며 더위를 날려버릴 기대에 부푼다.

맛있는 수박이란 우리가 먹었을 때 단맛을 느끼는 정도 즉 당도가 높은 수박을 말한다. 조선 중기 시인이자 학자인 윤선도의 시문집 고산유고에는‘至味深深蜜雪甛’(맛이 참 좋아라, 꿀처럼 달고 눈처럼 시원하네) 구절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달고 시원한 수박이 맛있는 수박의 기준임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보기에 좋은 수박이 맛도 좋을까? 통념상 이야기되는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방법으로는 껍질이 초록색을 띠고 선명하며, 줄무늬가 흩어지지 않은 것, 꼭지가 신선한 것, 하단부 배꼽이 작은 것, 두드렸을 때 경쾌한 소리가 나는 것 등 다양하다. 이러한 기준은 서수호(1736~1799)가 지은 해동농서에서도 보듯이 ‘껍질이 푸르고 씨가 검으며 속살이 마치 연지와 같이 붉은 것이 제일 좋은 품종’이라고 여겼던 조선 시대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신선한 수박을 고르는 방법은 맞지만 실제 당도가 높은 수박을 고르는 방법은 아니다. 당도는 육안과 소리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줄무늬가 선명하거나 배꼽이 작은 것은 품종의 특성일 뿐이지 단맛과는 상관없다. 즉 줄무늬가 선명하지 않더라도 달고 맛있는 품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박의 전형적인 모양(굵은 줄무늬, 초록색 과피 색깔, 빨간색 과육색, 얇은 껍질 두께) 등은 야생수박으로부터 인간의 기호에 따라 긴 시간 품종 개량 과정을 거치면서 선택받은 것들이다. 당도와 품질, 수박 모양 등 우수한 자원들끼리 서로 교배하고 선택해 지금의 우리가 대부분 생각하는 맛있는 수박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육종된 것이다.

‘보기 좋은 수박이 맛도 좋을까’라는 말은 맛과 품질이 우수한 수박을 만들기 위해 품종 개량이라는 긴 시간 노력의 결과물이란 뜻이다. 이 말은 육종이라는 말이 갖는 사전적 정의 ‘농작물의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이용 가치가 높은 작물로 만들어 기존의 것을 개량한 것’과 일치한다.

최근, 수박딸기연구소에서는 수박 순이 없는 무측지 품종을 11년간 노력 끝에 품종등록을 완료했다. 이 품종은 농가의 노동력을 70%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품종이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들이 원하는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수박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우리나라 굴지의 수박 종자회사에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육종재료 기술을 이전했다.

농업인들은 무측지 수박이 빨리 보급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에 수박딸기연구소와 더불어 농업인과 기업 육종가들은 수많은 수박을 자르고, 수박밭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하루빨리 소비자들에게 더욱 보기 좋고 맛 좋은 수박을 선사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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