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며칠 전 김건희 여사 ‘정조대왕함' 금도끼로 탯줄 자른다는 기사가 있었다. 진수식에서 진수선 절단은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끊듯 새로운 배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최초로 군함 진수식에 참여하면서 여성이 의식을 주관하는 것이 해군의 오랜 전통이 됐다.

탯줄은 모체와 태아를 연결해주는 아기의 부속물로 태아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해주고 노폐물을 걸러 주는 아기의 생명선이다. 모체와 태아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분신이며 생명의 시작이다.

태(탯줄과 태반)는 옛부터 생명의 상징으로 귀하고 신성시됐다. 풍수지리에 따라 태를 묻는 풍습은 신라 때 시작됐는데 김유신 장군의 태를 묻은 산은 태령산(胎靈山)이었다. 조선 왕실에서 왕비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운명이 태에 연결된다 하여 소중히 보관했다. 태는 출생 즉시 작은 항아리에 간직했다가 생후 7일째 백번 씻는 의식을 하고 여러 겹 밀봉해 큰 항아리에 담아 명당자리를 태실(胎室)로 택해 묻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조선의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태실을 도굴하거나 파헤쳐 태항아리를 이전하거나 유출하고 바꿔치기까지 했다.

엄마와 아기의 생명 고리인 탯줄은 아기의 뿌리이다. 탯줄은 아기의 인감도장, 탯줄보관함에 넣어 소중히 보관하기도 한다. 탯줄은 태아에 필요한 생명의 줄기이다. 한때 탯줄의 혈액인 제대혈은 훗날 아기의 암, 골수부전, 대사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오도해 년 60만명이 넘는 산모가 제대혈을 보관했다. 자식사랑 마음을 상술로 거액을 챙긴 제대혈 회사 때문에 돈 이 없어 보관을 못하는 많은 엄마들은 죄의식을 느꼈다.

개인보관 제대혈이 미래에 치료에 쓰일 확률은 희박하다. 백혈병 등 혈액종양 환아의 제대혈에는 이미 백혈병전구세포가 존재하고 선천적 대사질환 역시 자신의 제대혈에는 이미 유전적변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광풍이 불던 제대혈 보관 사업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났다. 타인에 적용할 경우 제대혈은 유용하지만 많은 제대혈이 의료폐기물로서 버려지고 있어 제대혈을 선별, 공급해 타인의 난치성 질환에 활용해야 한다.

제대혈에는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뼈, 근육, 신경, 장기를 만드는 다양한 간엽줄기세포가 있어 심부전, 신경마비, 퇴행성신경질환, 퇴행성관절염, 뇌졸중 치료 외에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탯줄줄기세포 부산물인 배양액은 인슐린저항성개선, 피부주름개선, 미백, 탈모치료, 아토피치료에도 적용된다.

태반은 모체의 유용한 항체와 태아에 이로운 물질은 통과시키고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태반은 난치병 치료에 유용한 줄기세포의 원천으로 고농도의 생체활성물질이 함유돼 있다. 공정과정에서 바이러스, 세균, 유해물질의 제거과정을 거친 안전성이 검증된 인태반주사는 간기능, 여성 갱년기증상 개선에 사용된다.

태아는 모체의 도움으로 뱃속에서 자라 당당한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난다. 이는 모체와 태아를 이어주는 탯줄과 태반이 있어 가능하다. 탯줄과 태반은 임신 중 어머니와 아기를 이어주고 출생 후에도 어머니처럼 영원히 도움을 주는 고마운 생명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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