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호소에도 군 당국은 ‘발목 보호대와 진통제’만
민간진료서 ‘인대 파열’ 진단, 이후 CRPS로 의가사
인대 파열인데도 3주간 진통제만 지급한 육군훈련소

박씨의 발목.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을 앓고 있는 오른쪽의 경우 왼쪽과 비교해 확연한 붓기와 변색이 발견된다. 이 질환이 발병한 부위에 바람이 불거나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환자는 작열통 등 매우 심한 통증을 느낀다.(사진=독자제공)
박씨의 발목.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을 앓고 있는 오른쪽의 경우 왼쪽과 비교해 확연한 붓기와 변색이 발견된다. 이 질환이 발병한 부위에 바람이 불거나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환자는 작열통 등 매우 심한 통증을 느낀다.(사진=독자제공)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나라의 부름을 받고 청춘을 바친 20대가 훈련 중 입은 부상을 제때 조치하지 못해 결국 CRPS(복합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에 대해 ‘민간진료를 지원해 줬고, 정양 차 수도병원에 입원 치료까지 지원했다’며 변명 일색인 입장을 밝혔다.

반사 교감신경 이상증인 CRPS는 희귀질환으로, 불상의 극심한 통증과 붓기를 수반한다. 현재까지 제대로된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외상 후 신경장애로 발병해 판정받는 경우가 많으며, WHO에서 이 질환을 앓는 자를 장애로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청주에 거주하는 박진섭(가명‧20)씨는 지난해 6월 14일 운전병으로 자원해 군에 입대했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왔던 박씨는 군 당국의 신체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훈련 일정을 착실히 따르던 박씨는 입소 3주차 사격 훈련 중 오른쪽 발목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을 호소한 그에게 군 당국이 취해준 조치는 발목 보호대와 진통제뿐이었다. 코로나19로 외래 또는 민간진료 지원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통증을 참으며 훈련소를 수료한 그는 제2수송교육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발목 통증으로 운전을 할 수 없던 그는 결국 퇴소했고, 같은 해 8월 5일 53사단에 일반병으로 배치됐다.

박씨는 자대 배치 후에도 심한 통증을 느껴 진해 해양의료원에서 X-Ray까지 촬영했다. 담당 군의관은 그에게 검사 결과를 고지하지 않고 그저 “민간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봐라”고 만 전했다. 때문에 박씨의 첫 휴가는 고향인 청주 소재 병원을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박씨가 민간 병원에서 우측 인대 파열 진단으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육군훈련소 측은 부상 후 통증을 호소하는 그에게 3주간 발목 보호대와 진통제만 제공했다.
지난해 박씨가 민간 병원에서 우측 인대 파열 진단으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육군훈련소 측은 부상 후 통증을 호소하는 그에게 3주간 발목 보호대와 진통제만 제공했다.

 

고향의 병원에서 박씨는 ‘우측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인대가 완전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은 그는 결국 봉합수술을 받았고, 신분상 어쩔 수 없이 군부대로 복귀했다. 복귀 후 국군대구병원에 입원한 그는 제대로 된 재활‧염증 치료를 받지 못해 극심한 불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수면장애를 겪었다. 이후 국군수도병원으로 전원 됐지만,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심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보라색으로 변색된 박씨의 발목을 본 어머니에 의해 CRPS를 의심하게 됐다. 박씨의 어머니는 구급대원 출신으로, 이 질환을 앓는 환자를 직접 이송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관련 검사를 받은 박씨는 결국 복합부위통증증후군 Ⅰ형 진단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관련 검사를 받은 박씨는 결국 복합부위통증증후군 Ⅰ형 진단을 받았다.

 

군 병원은 민간진료 목적으로 휴가를 나온 박씨를 부대로 복귀시키던 부모님의 의심으로 부랴부랴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 군 병원을 믿을 수 없던 그는 같은 해 12월 8~9일 서울 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관련 검사를 받고 CRPS 진단을 받았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발병 이후 촬영된 열영상 사진. 발병 부위인 오른쪽 발목은 다른 부위보다 높은 온도가 측정된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발병 이후 촬영된 열영상 사진. 발병 부위인 오른쪽 발목은 다른 부위보다 높은 온도가 측정된다.

 

이후 계속 군 병원의 신세를 지던 박씨는 결국 올해 5월 17일 대구 중앙신체검사소에서 6등급 판정을 받고 의병전역을 하게 됐다.

군 병원에서 촬영된 X-Ray 사진.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발병 부위인 오른쪽 발목에 이상을 볼 수 있다.
군 병원에서 촬영된 X-Ray 사진.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발병 부위인 오른쪽 발목에 이상을 볼 수 있다.

 

박씨 부모는 “나라 지키라고 보내놨더니, 군 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침상 생활을 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군 당국은 대체 뭘 하는 거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