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진료 요청에 “너네 아버지 뭐하시냐”, “너네집 돈 많냐”
입대 전 왼쪽 발목 수술이력 들먹이기도…환부는 오른쪽 발목
군 병원 입원 환자에게 군의관이 던진 말은 “꾀병인 것 같으니 정신과 진료받자”

국방부의 답변에는 입대 전 발목 수술 이력이 언급돼 있다. 뉘앙스를 살펴보면 군 입대 이전 수술을 받았던 것이 악화됐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재 CRPS가 발병한 부위는 오른발목이고, 답변서에 명시된 발목수술 이력은 왼쪽 발목이다.
국방부의 답변에 따르면 민간진료를 원하는 박씨가 군의관에게 들은 말은 그저 '친근함의 표현'일 따름이다. 당시 박씨는 담당 군의관에게 "너네 아버지 뭐하시냐?", "너네 집 돈 많냐?"등의 폭언을 들었다.
국방부의 답변에 따르면 통증을 호소하는 박씨가 군의관에게 들은 비아냥은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이다.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앞서 입대 후 사격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에 통증을 호소하던 박모씨는 지난해 9월 23일 국군대구병원으로 입원 후 진료 첫날 황당한 경험을 했다. 파열된 인대를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은 그는 군의관에게 소견서를 제출했다. 군의관은 소견서를 힐끔 훑어본 후 “재활 치료 기간이 12주 소견인 것은 너무 길다. 6주만 받아라”고 말한 후 진료를 끝냈기 때문이다.

이후 처치는 더 가관이었다. 재활 치료는 커녕 염증과 붓기 관리에 효과가 있는 냉찜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입원 15일 후인 10월 8일이 돼서야 MRI, X-Ray 촬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박씨의 부모가 전날 담당 군의관과 통화하면서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거냐”라고 항의하고 나서다.

이후 군의관은 통증을 호소하는 박씨에게 “(꾀병 환자라)통증 호소 양상이 일반 환자와 다르니 정신과 진료를 보는 게 어떻겠냐?”며 조롱하고, 그를 방치했다. 결국 차도가 없던 박씨는 같은 해 11월 1일 국군수도병원으로 전원됐다.

여기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박씨의 어머니의 의견으로 CRPS관련 검사를 진행해 같은 달 25일 CRPS 의심 소견을 내린 군 병원은 민간진료를 원하는 그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당시 군의관은 서울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겠다던 박씨에게 “너네 집 돈 많냐?”, “아버지 뭐하시냐?”, “너네 집 잘 사냐?” 등의 발언을 수차례 했다. 또 민간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마약성 진통제를 담당 군의관 직권으로 변경한 뒤 부작용을 호소하던 그에게 “부작용이 있는지 니가 어떻게 아냐”며 도리어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15일 해당 군의관은 박씨에게 “내일 신경차단술 할 거니까 동의서에 사인해라”며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교감신경 차단술을 시술했다. 박씨는 이 수술 후 허리에 통증을 호소했으나 담당 군의관은 그저 “물러가라”고만 했다.

개인 휴가를 사용해 민간진료를 받고 병원으로 복귀하는 날은 그에겐 지옥이었다. 담당 군의관은 “너네 부모님은 민간 병원을 너무 신뢰한다. 왜 컴플레인을 걸어 부모가 나한테 전화오게 하냐”는 비아냥을 일삼은 데다, 통증을 호소하면 “여기 있을 땐 시술도 안 받겠다 웃으면서 나가더니 왜 더 아파졌냐”고 비웃기도 했다. 당시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는데, 군의관은 확인되지 않은 말로 박씨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박씨 부모는 “우리 아들은 군 의료기관, 민간 의료기관 양쪽에서 진료를 받았다”며 “군이 민간에서 받은 진료자료를 적극 활용해 조치를 했다면 단순 인대파열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때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CRPS라는 희귀성 질환으로 지금까지 투병 중인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박씨의 처우와 관련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박씨가 입대 이전인 2015년 전발목골절, 인대파열로 수술받은 이력이 있다”며 “일반 환자에 비해 통증이 심해 우울감으로 인한 신체화증상일 가능성을 두고 정신과 협진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씨가 입대 전 수술받은 곳은 왼쪽 발목으로 현재 증상발현 부위인 오른쪽 발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또 군의관 비아냥과 관련해 “군의관이 친근함의 표현으로 질문한 대화였으나 환자에게는 비아냥으로 느끼신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변명했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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