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난 먼저 덮친 재난…폭우에 반지하 주민 잇단 참변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연합뉴스

[동양일보]8일부터 서울·인천·경기와 강원 등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현재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9명(서울 5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은 9명(경기)이다.

이는 오후 3시 집계보다 사망자는 1명 늘고 실종자는 1명 감소한 수치다. 강원 횡성에서 산사태로 매몰됐던 1명이 실종자로 분류됐다가 사망자로 변경됐다.

중대본은 이전 집계와 동일한 인명피해 현황을 발표했다가 이를 수정했다.

이재민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328세대 441명이다. 이들은 주민센터와 학교 체육관, 민박시설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밖에 317세대 936명이 일시 대피했다.

공공시설 가운데 선로 침수가 서울에서만 10건 있었으며 제방유실 3건, 사면유실 9건 등의 피해가 일어났다.

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741동으로, 그중 서울이 684동으로 대부분이고 인천은 54동이다. 또 옹벽 붕괴 4건, 토사유출 14건, 농작물 침수 5ha, 산사태 11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둔치주차장 20곳, 하천변 45곳 등도 통제됐다. 국립공원 156개 탐방로, 여객선 9개 항로 등도 통제 중이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울, 인천, 경기북부와 강원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30~7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10일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재난은 늘 가난 먼저 덮치는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밤. 서울에서는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과 혼자 거주하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목숨을 잃었다.

영화 '기생충' 속 후반부 한 장면처럼 반지하 방에 들이친 빗물은 순식간에 방 전체를 삼켰고,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은 세상과 단절됐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은 이웃들의 필사적인 구조에도 수 분 만에 집 안에 물이 차오르면서 모두 숨졌다. 계속 불어난 물에 두 시간 넘게 지나서야 발견됐다.

사망자 중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참변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하려고 애썼던 이웃들은 큰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 이웃들은 물이 허리까지 차 경찰관도 소방관도 손을 쓸 수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일가족의 비극을 안타까워했다. 큰비가 올 때마다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동작구 상도동에서 폭우로 변을 당한 50대 역시 반지하에 살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공식적으로 장애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이웃들은 지적 장애가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전날 밤 폭우로 집 안에 물이 급속하게 들어오면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후 구조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사회가 불평등하듯 재난도 불평등하게 닥친다.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늘어날 텐데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본격적으로 기후변화가 오면 기존 하수시스템으로는 물 폭탄에 감당할 수 없는 범위에서 피해가 생길 것"이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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