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동양일보] 가장 최근에는 2020년에 있었던 ‘한방의료이용·한약소비실태조사’에서 일반 국민 10명 중 7명이 한방의료를 경험했다. 그 중 78.3%가 재이용 의사를 밝힌 반면, 한의약이 공공의료서비스라는 것을 진지하지 못한 사람도 80% 내외에 이르렀다. 실제 사용하고 있고 만족도도 높은데 잘 알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2년 기준, 3만 명 정도의 한의사가 현장에서 진료하고 있으며 그 중 전문의는 △한방내과 1254명 △한방부인과 284명 △한방소아과 133명 △한방신경정신과 214명 △침구과 756명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214명 △한방재활의학과 580명 △사상체질과 181명 등 전체 한의사의 10% 정도인 3616명에 이른다. 한의사전문의란 한의사가 된 후 정부가 지정한 수련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고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전문의 국가고시를 통과한 한의사를 말한다. 2000년에 시작해 벌써 20년을 훌쩍 넘긴 제도다. 한의사전문의가 될 때까지의 수련과정 동안 일반 한의원에서 보기 힘든 환자 진료부터 학술활동, 양방과의 협진 등을 통해 풍부한 임상경험을 쌓고, 심층화된 전문지식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아직 한의사 중에서 전문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반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의원, 병원, 대학병원 등 의과 진료에 비해 숫자가 적어 진료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진의 숫자, 인프라의 차이도 있지만 이처럼 진료비중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의료법상 한의사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없는 한쪽만 커지니 갈수록 그 차이도 커진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은 각각의 전통의학을 발전시켜 왔다. 보통 3개국의 전통의학을 통틀어 ‘동양의학’이라 일컫는데, 중국과 일본은 양방 의학과의 어떠한 차별도 없이 상생 발전해나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유일하게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정규과정에서 영상의학진단 관련한 기본 교육을 모두 이수한다. 물론 전문의의 경우 그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든 한의사전문의든 모두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자가 되지 못한다. 귀한 인재들이 숱한 시간을 들여 습득한 각종 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한편, 환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발생시키는 악법이라 할 수 있다. 또 ‘지역보건법’에서는 보건소장 임용 자격에 의사를 우선한다는 조항은 있으나 한의사는 빠져 있는 등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 수련과정에서 숱하게 접해 온 혈액검사 자체를 처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한의학을 이용하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이중부담을 지우고 있다. 나아가 ‘한방의료이용·한약소비실태조사’에서 많은 국민이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꼽았던 한방의료 항목의 급여화는 계속 늦어지고 있으며, 이를 보완해줄 한방비급여에 대한 실손보험 적용도 되지 않고 있다.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며칠 전 4년째 실시되고 있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원했던 성과를 전혀 거두고 있지 못한다고 한다. 마치 방문진료사업 결과를 다시 듣는 듯했다. 현 규정상 장애인들이 한방주치의 지정과 한방치료를 원한다 해도 실제 받을 수는 없다. 수요자를 무시한 혈세 낭비인 것이다. 하루빨리 곳곳에 산적한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돼 환자의 진료권이 최대로 보장받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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