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 ESI 교장

한희송 ESI 교장

[동양일보]얼마 전 코로나-19로 인한 교육불평등심화에 대한 정책이 발표되었다. 내용인즉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하나씩 지급하여 각자 자신의 실력에 맞게 학교진도의 내용들을 학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TV화면에 비친 정책발표 담당자의 표정은 기자들의 다양한 의구심을 교육정책에 대한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보여졌다. 아이들의 실력은 다양한데 한 분의 선생님이 이들을 한꺼번에 가르치기 때문에 학습수준의 평준화를 이룰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하면 학습자와 1대1의 접촉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서 학습자 각자의 실력수준에 맞는 공부내용을 제공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교육불평등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어떠한 내용이든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문제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온당해야 하고, 그에 따른 논리적 진단을 통해 문제의 체계적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내용과 좌표(座標)가 명확히 드러난 문제일수록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적절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국가정책 중에서도 기초적 중요성을 가진 교육정책은 이러한 과정에 대해 더욱 민감하다. 그 이유는 “교육”이란 말의 정의(定義)가 “평생교육”이나 “의무교육”이라는 표현에서 나오는 “교육”과 기술적으로 다른 의미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은 교육의 시간적 범위를 설정할 때 쓰이는 표현이고, “의무교육”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회단체가 교육의 의무를 실현할 때 드는 비용의 부담자를 법적으로 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결국 기간이나 비용으로 “교육”의 본질적 정의를 표현할 수 없어야 교육의 올바른 의미에 다가갈 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생과 그 치료에 대한 논리적 접근은 그 과정에 투입되는 시스템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여하간의 긍정적 의미를 생성할 수 있다. 더욱 자세히 말하자면 “문제의 내용을 파악하고 논리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표현은 “문제의 내용”과 “진단”, “해결책” 등의 언어를 누가 어떤 철학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하늘과 땅 사이만큼의 만족과 허무 사이를 오간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학력수준불평등의 심화와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나누어 준다는 발표를 대하는 국민들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걱정할 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이러한 발상에 참여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디지털관련 수준은 세계적이다. 지금까지 교육의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보다 나은 컴퓨터 환경을 바탕으로 그 지위를 차지했다고 보는 생각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컴퓨터가 들어서고 난 후 교육에 대한 걱정이 늘었는지 믿음이 늘었는지 우리나라의 정책당국자들만 모르고 있었다고 우긴다면 그 억지가 문제의 해결책이 되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학력수준불평등의 심화는 단순히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아이들을 같이 둔다는 사정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기 어렵다. 다만 시험점수로 보면 그럴듯한 판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리가 가깝지 않은 이동이 필요할 때 필자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버스나 전철에서 핸드폰은 드라마나 영화시청, 통신,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수단으로 나이와 관련없이 사용되는 모습을 늘 마주하게 된다. 그 중, 게임의 사용은 압도적이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한국어를 모두 사용할 줄 안다. 모국어 사용은 우리가 스스로 숨을 쉬고 있다는 상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읽기”, “듣기” 등의 인식 없이 그저 주어진 환경이다. 전자기기는 사람들의 일반적 사용목적이 환경적으로 주어지는 제품이 되어 버렸다. 학교의 학습환경에 대한 걱정이 많은 나라 중 우리나라는 거의 최고수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것이 더욱 걱정을 자아내는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가정적 환경은 교육의 본질과 매우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 거리를 컴퓨터를 지급해서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은 반갑기보다 우려스럽다.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은 물리적 접근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국가체제와 인문학적 환경의 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컴퓨터화면보다 활자로 된 책을 읽는 것에 무게를 더 두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생각임을 정책수립자들이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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