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철도와 기차, 역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1905년 개통해 1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켜온 시골 기차역,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황간역. 승객이 줄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이 황간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해 전국의 명소로 만든 강병규(64‧사진‧영동군 영동읍) 전 황간역장이 29일 유튜브 동양일보TV를 찾았다.

황간역을 떠난지 올해로 4년. 강 전 역장은 1976년 충주역 구내원으로 시작해 2018년 12월 황간역에서 퇴직하기까지 42년을 철도원으로 살았다.

“정년을 앞두고 수십년간 해온 장거리 출퇴근을 그만 하고 집에서 가까운 역에서 철도인생을 마무리하려고 황간역장을 자원했어요. 2012년 말, 황간역장으로 부임했는데 2013년 초, 황간역이 폐지 대상역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역장으로 있는 동안 고향역인 황간역이 없어지면 철도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황간역으로 와야할 이유를 만들어야했죠.”

존폐기로에 놓인 황간역을 살리기 위해 그는 제일 먼저 시골집들에 버려져 있는 옹기 항아리를 모아 주민들과 함께 시를 적고 그림을 그려 역마당에 화단을 만들었다. 이는 황간역을 ‘시와 그림, 음악이 있는 고향역’으로 알려지게 한 첫 출발점이었다.

작은 시골역의 작은 변화는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를 눈여겨 보던 전국 각지 문화예술인들이 하나, 둘 여러 문화예술행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13년 8월 첫 시작한 황간역 음악회는 점차 호응을 얻어갔고 황간역 갤러리에서는 매달 다른 전시회를 열었다.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황간역철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고 한국과 일본의 철도인과 철도동호인들이 참여하는 철도교류회도 11회 개최했다.

특히 그가 기획한 ‘황간여행 노랑자전거’는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가 황간역에서 월류봉까지 노랑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이 TV에 방영되며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유럽의 팬들이 황간역을 찾게 만들었다.

 

이처럼 황간역을 국내외 대표 문화역으로 만든 그는 요즘 커피로 그림을 그리는 ‘커피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평생 철도에서만 일했죠. 코로나19로 음식 배달이 늘면서 버려지는 생활 폐기물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다 쓴 커피 여과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커피를 내릴 때 생긴 얼룩이 어울어지니 생각도 못했던 멋진 그림이 표현되더군요. 아주 미미한 일이고 무슨 사명감으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 생태계를 위한 환경친화적인 작업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커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는 영동환경미술협회 회원전 5회, 황간역 동시 그림전‧시화전 12회, 라오스방갈로초등학교돕기 자선 그림전 2회, 이태석신부기념관 기획전 2회를 비롯해 청주, 춘천, 서울에서 커피그림 초대전 3회를 개최하며 ‘커피화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내년엔 ‘커피로 그리는 철도 이야기’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황간역을 문화역으로 만들고 은퇴 후 ‘커피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달 6일부터 방송되는 유튜브 동양일보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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