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죽어 있다 강여울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들의 지느러미가

모래톱 위 백로들의 성근 발자국이

뭇 새들의 노래 소리가

물잠자리의 날갯짓이

죽어 있다 아슬아슬한 다리 난간 위

키 작은 앵두나무의 허공에 뜬 뿌리가

검게 그을린 강아지풀꽃이

늙은 벚나무의 아랫도리가

갯버들의 어깻죽지가

죽어 있다 세상의 모든 근심과 찌꺼기들을

홀로 짊어지고 삼킨 듯한 물의 낯빛이

거무죽죽한 보자기에 보쌈당한 돌덩이들이

그들의 검버섯 얼굴이

희망이

죽어 있다, 검은 창을 세우며

치달리는 자동차와 그 뒤를 쫓는

늙은 주차 감시원의 눈빛만 무섭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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