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석 시인 <천마를 찾아서> 출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하늘을 날던 말이 있었다/죽간에 갇혀 낡은 활자나 겅중대는 검은 말이 아니라/구만리장천이 자유자재인 신령스러운 흰 말이었다 한번 솟구칠 때마다/천지간의 말씀이 인동당초문으로 출렁였다<중략> 그러던 어느 해던가, 항간에 자신의 이름을 팔아 혹세무민하는 무리가 출몰한다는 풍문에 접하고는/사나흘 장탄식 끝에 스스로 짠 백화수피 14진 속으로 들어가/여태껏 모습을 드러니지 않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천마총’ 중에서

시를 통해 한 시인이 도달하고자 한 절대가치란 무엇이었을까.

인생의 궁극의 지점 혹은 절대가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지는 시집 <천마를 찾아서>가 출간됐다.

장문석(65·사진) 시인은 시집 <내 사랑 도미니카>이어 1년 만에 28편의 신작을 발표했다.

<천마를 찾아서>는 ‘모란’, ‘천마총’ 등 14편의 시를 엮은 1부와 ‘화전’, ‘너도바람꽃’ 등 14편의 시를 모은 2부로 구성됐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한마디로 ‘천마’다. ‘천마’는 시인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 장 시인의 설명이다.

사실 이 ‘천마’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 찾으러 간다>에서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인의 절대가치에 대한 표상은 <꽃 찾으러 간다>에서는 ‘꽃’으로, <내 사랑 도미니카>에서는 ‘도미니카’로, 이번 <천마를 찾아서>는 ‘천마’로 바뀌면서 점층적으로 심화됐다.

장 시인은 “2007년 KBS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차마고도는 중국 윈난성에서 티베트에 이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 교역로로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에 길이도 5000㎞가 넘는 매우 험준한 길이다. 그 길을 말을 이끌고 오가는 사람들을 마방이라 부른다.

장 시인은 그런 마방의 길이 시를 쓰는 시인의 길과도 통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방과 작가는 똑같이 말을 다루는 사람들이다”며 “말을 짧게 발음하면 말(馬)이고, 길게 발음하면 말(語)이다. 그러므로 차마고도는 말(馬)의 길이기도 하고, 말(語)의 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차마고도를 떠나지 못하는 시인의 고민, 그것은 말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것. 마방의 길을 따라 아름답고도 고된 인생의 길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시편들이 가슴을 울린다.

청주가 고향인 장 시인은 1990년 <한민족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잠든 아내 곁에서>, <아주 오래된 흔적>, <꽃 찾으러 간다>, <내 사랑 도미니카>, 시산문집 <시가 있는 내 고향, 버들고지>, <인생은 닻이 아니라 돛이다>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 그것은 삶에 대한 겸허한 자세”라며 “앞으로 시의 주제가 어떤 빛깔을 하고 나타날지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내게로 오는 삶을 담담하게 언어로 형상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천문학사. 120쪽. 1만원.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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