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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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반대 운동의 확산:민족교육에 대한 권리 사상의 정착

외국인 학교 법안은 교육입법이라기보다는 ‘국익’론과 간섭의 논리를 축으로 한 치안입법이고, 조선인 학교를 억압하고 재일조선인 청소년의 비 조선인화를 노린 것이었다. 그것은 전후의 재일조선인 교육정책의 기본적인 패턴을 반복한 것이 분명하지만, 단 법제화를 통해 한층 통제의 강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전전, 그리고 1948년부터 한국전쟁기에 이어 세 번째로 동화교육 체제화의 위기가 현재화(現在化)하였다. 법안이 갖는 이같은 교육 침략적 의미가 선전, 폭로됨에 따라 1966, 67, 68년 해를 더해 가면서 그 반대 운동의 폭이 확대되어 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총련은 물론이고, 1968년에는 재일한국청년동맹(약칭 韓靑同), 동 학생동맹(약칭 韓學同) 등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재일조선인 청년도 독자적 반대 운동을 조직하고, 한국 국민의 관점에서 민족교육 권리의 침해에 항의하였다. 국제적인 민주단체(국제교원조합연맹, 국제학생연맹회)에서도 정부에 항의 성명을 보내 왔다. 일본 국민 측도, 평화 민주 세력이 정치과제로 삼아 이에 맞섰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의회도 수많은 반대의 의지를 표명하고, 이 뜻을 정부에 전달하기에 이르렀다(1968년 1월 말 현재로 도쿄도 의회를 비롯한 256의 부현시정촌(府縣市町村). 이러한 와중에 ‘조일교연(朝日敎硏)’이라는 새로운 교육운동이 생겨나기도 하고, 조선대학교 인가 촉진 운동이 복합되어 ‘조일학술교류(朝日學術交流)’촉진이라는 학문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문제의식이 성립되기도 하여 운동에 깊이를 더하였다. 이처럼 조선대학교 인가 촉진 운동이 복합되어 1967년 가을부터 1968년 봄에 걸쳐서 반대 운동은 더욱이 열기를 띠어 갔다. 이처럼 조선인 학교 옹호를 위한 일본 측의 대중운동이 성립된 것은 전후 최초의 일이었다.

이와 같은 반대 운동의 전개 중에서 정치적으로는 조선 침략의 입장과 조일 연대의 입장 대립이 선명히 자각되었지만, 그 기초 위에 사상적으로는 조선인 학교의 폐쇄를 목적으로 하는 국익론과 조선인 학교의 옹호를 염원하는 민족교육의 권리 사상으로 대결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민족교육에 대한 권리 사상은 조선인 측에서 주창된 것이었지만, 조선인 학교 존재의 정당성에 근거를 제공하고, 또한 동화교육에 대한 대항·극복의 교육권리론으로서 이 시기에 일본 국민 사이에도 정착해 간 것이었다. 단 일본 국민 측이 이것을 정부에 대한 저항 운동의 논리로써 활용하는 데만 주력하여, 현실에서 일본인 학교 재학의 조선인 청소년에게 빼앗긴 민족교육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교육실 천의 논리로까지는 심화시키지 못한 것은 약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당시 법안을 폐기해 당장 조선인 학교를 지키는 운동이 한창이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지금도 그 약점이 극복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외국인 학교 법안에 대해서 가장 먼저 전면적인 비판을 가한 것은 이 법안으로 즉각 피해를 보게 될 것은 조선인 학교 측이었다. 비판의 골자는 앞에서 인용한 세 문서(‘민족교육 탄압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성명’, ‘동화교육을 강요하고자 하는 범죄 행위’ ‘노동신문’ 사설,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의 성명-민족교육 탄압의 움직임과 관련해서’)에 잘 집약되어 있는데, 그 골자는 이후에도 변함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의 운동에도 사상적으로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이 세 문서에 공통되는 주요한 논점의 요점만을 기록해 두기로 한다.

첫째 논점은 ‘외국인 학교 법안이 재일조선 공민의 민족교육 권리’를 박탈하는 것으로, ‘ 재일조선 공민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이며, 공인된 국제관례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 행위이다’(외무성 성명)는 점에 있다. 민족교육에 대한 권리의 자주라는 입장이 무엇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둘째는 탄압의 수법이 ‘국익론’과 ‘반일 교육’을 구실로 삼으면서 동화교육을 강요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조선총련 성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 당국이 조선어에 의한 민족교육은 금지하지 않으면서 반일 교육을 억압하는 것은 내외의 여론을 속이려 하는 것이고, 일본 당국의 참된 의도는 재일조선인 공민의 민족교육을 억압하고, 그 자녀에게 동화교육을 강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지적은 재삼, 조선 민족의 아이들로부터 말을 빼앗고, 역사와 문화를 빼앗아서 그 ‘일본인 화’를 도모한다는 교육침략의 반복을 논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 적시의 공공연히 적대시한 것은 무엇에 기인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한일조약 체결,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에서 나온 것이다.

세 번째 논점으로서 ‘노동신문’ 사설은 이렇게 고발하고 있다.

“우리 인민은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범죄 기도가 ‘한일조약’ 체결 후 일본 군국주의의 해외 팽창이 본격화되고 일본의 파쇼가 가일층 심화하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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