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환자 눈물 위에 청사 짓는 것이 100년 미래 위한 것인가... 시, 부지 교환 약속 일방적 파기
물리적 충돌없이 원만히 해결되길... PF위해선 이전 위한 행정지원 필요

[동양일보 이정규 기자]청주시 신청사 건립에 있어 본청 철거 논란과 함께 또하나의 과제인 청주병원 이전 문제.

시는 현재 청주병원이 이전을 하지 않아 신청사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동양일보는 청주병원 조원익 행정원장(55·사진)을 만나 병원 입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조 행정원장은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청주병원은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말로 하면 "청주시가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는 것이다.

조 행정원장은 "청주시는 통합청주시 출범 전후 청사 신축에 대해 이전 자리를 찾다 현 위치에서의 신축을 결정했다"며 "그때부터 청주병원의 시련이 시작됐다"고 했다.

청주시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던 청주병원이 난데없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2014년 8월 청주시 담당자가 방문해 읍소했다. 그 때부터 이전부지를 찾았다. 주성중, 우암초, 주성초, 청주공고, 상수도사업소, 서청주IC인근까지 많은 지역을 알아봤다."

그러나 주성중은 도교육청이 사용키로 했고, 우암초와 주성초, 청주공고는 옮길 의사가 없었다. 서청주IC근처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2015년 시에서 테크노폴리스 개발 부지를 제안했다. 시는 그러면서 2017년 착공 예정이니 2016년말까지 병원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조원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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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행정원장은 "테크노폴리스로 이전한다면 병원만 덩그러니 있고 개발에 최소 5년은 걸리기 때문에 이전할 수가 없다"며 "직원들이 출퇴근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5년의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 해, 이번에는 청주병원에서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시에 제안했다.

조 행정원장은 "2015년에는 시로서도 제조창 활용이 막막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시에 제조창 뒷편이라도 병원부지로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거부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시의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았고, 청주병원도 못가게 되는 꼴이 됐다.

당시 황당한 일도 있었다. 조 행정원장은 "시 담당자들이 이승훈 시장에게 '시에서 제안한 것을 청주병원이 거부하고 있고, 자신들이 알아서 이사간다고 했다'고 보고했다"며 시의 허위보고 사실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주병원은 시에 공식 항의했고, 부시장이 나서 제조창 건을 재고해보겠다고 했지만 유야무야 꼬리를 감췄다.

시는 2015년 9월 또다른 부지를 제안했다. 대농지구 흥덕구청사 옆 부지다. 학교가 들어설 자리인데, 학교를 짓고도 땅이 남아 병원이 들어서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청주병원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주변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일인지 땅을 먼저 제안했던 청주시가 안된다고 말했다.

조 행정원장은 "정신과와 장례식장 허가에 대해 다른 부서에서 반대했을 것"이라며 "제안을 할 때는 인허가 사항을 충분히 검토한 뒤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병원은 청주시 신청사 계획으로 인해 적자를 보게 됐다.

조 행정원장은 "신청사 부지 보도가 될 때마다 2017년 착공이 단골처럼 나오면서 병원 문을 닫는다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며 "이로인해 병원 경영이 흑자 행진에서 2016년 적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적자를 부추긴 것은 이 뿐이 아니다. 2015년 청주시가 청주병원에 청주시립노양전문병원을 수탁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노사문제로 문 닫은 시립노인전문병원을 맡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이를 받아들인 청주병원은 노인전문병원 운영 4년간 적자폭을 늘렸다.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상환하라고 압박했다. 공탁금을 출급한 것이 이 때다.

조 행정원장은 "금융권 압박을 견딜 수가 없었다. 대출을 늘려달라고 했는데 갑자기 공탁금이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갚으라고 독촉했다"고 회상했다.

적자 운영 속에서도 청주병원은 청주시와 협상을 이어갔다.

여러 대상 부지를 알아보고 서로 제안하며 의견을 나누었는데, 한 곳만은 꾸준히 협의가 이뤄졌다. 지북정수장이다.

청주시는 2014년부터 '교환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청주시유지와 청주병원을 교환한다는 내용이다.

지북정수장도 처음에 그런 차원에서 순조롭게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다 2014년 12월 시청사 리모델링 연구 용역 발표가 있으면서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그래도 청주병원은 시를 믿었다. 조 행정원장은 "청주시가 논의를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협의하던 내용이 있어, 재논의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태도가 돌변했다. 2016년 11월 갑자기 보상계획 공고를 낸 것이다.

조 행정원장은 "그동안 '교환'을 조건으로 대화를 이어갔지만, 청주시가 일방적으로 보상계획 공고를 하면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보상계획 공고가 이뤄지면 부지 교환은 할 수 없게 되고, 매매만 가능하게 된다.

청주병원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헛수고 였다.

시의 대답은 수의계약. 정수장을 사야한다는 것이다.

시는 공고에 따라 수용 절차에 들어갔고, 이후 소유권 이전 등기, 공탁, 행정소송, 명도소송,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까지 시와 청주병원은 대화가 아닌 법적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해 초 시의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 지북정수장으로의 이전과 조례 제정까지 논의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시는 이달 16일 강제집행 신청을 법원에 냈다.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병원을 이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행정원장은 물리적 충돌보다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

조 행정원장은 "환자와 직원이 260명이 있는 병원에서 그러한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며 "이전하려 해도 병원 담보력이 약해 대출이 어렵다. 수백억원의 PF를 실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의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시의 도움을 바랐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시에 하소연 했다.

"공익법인으로서 41년 동안 지역을 위해 일해왔고 의료 불모지였던 청주(충북)에 최초로 종합병원을 설립해 의료 패러다임을 바꾼 공로가 있다. 본청사도 1960년대 지어져 청주병원보다 조금더 오래됐는데, 본청은 문화재로서 기억하려하면서 40년동안 일한 공익법인은 기억하기는 커녕 죽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그들의 피와 눈물위에 청사를 짓는 것이 100년 미래를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

이정규 기자 siqjaka@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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