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동양일보]바둑을 둘 때, 상대의 잘못 대응을 예상하고 두는 수를 꼼수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꼼수’라는 말은 용기 없는 사람들의 비겁한 수단으로 인정되어 핀잔을 받거나 소인배(小人輩)로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10여 년 전에는 정치 풍자를 통해 젊은이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창구 역할을 한 팝케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인기를 얻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에 보통의 어휘로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꼼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의 옛 직장 동료는 애주가인데 과음한 이튿날이면 어김없이 결근을 하고 핑계도 “연탄가스가 들어와서…”(당시는 연탄가스가 방안에 들어와 가끔 중독 사고가 나서 거동이 어렵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던 때였다)라고 했다. 쩨쩨한 꼼수였다.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너그러이 넘어가 준 당시 상위 직책자의 아량을 지금도 존경하고 있다.

꼼수도 잘 살펴보면 애교스럽고 웃어 넘길만한 것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용납 못 할 꼼수도 있는 듯하다. 전술한 직장 동료의 연탄가스 소동은 그런대로 넘어가 줄 만하지만, 물건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광고하는 상품 중에 슬며시 내용물의 분량을 줄이고, 가격이 싼 광고를 보고 찾아가면 성능이 형편없고 그와 대비해 성능 좋은 물건을 권하는 비열한 꼼수도 있다. 곧 죽게 되었다고 이런저런 사정 이야기를 해서 몇십 몇 백만 원의 돈을 빌려 가고는 그대로 잠적하거나 떼어먹는 수법은 파렴치한 꼼수이다.

옛 로마의 네로 황제는 ‘로마 대화재’ 사건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화재의 원인을 기독교도들에게 덮어 씌워 박해를 했고, 많은 기독교인들을 처형하여어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1923년 일본의 관동(關東)대지진 때는 불안한 사회 현상 속에서 일부 경찰들이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방화하였다.', '우물에 조선인이 독을 넣었다'는 등의 근거도 없는 낭설을 조작해 퍼뜨림으로써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했고 이런 자경단에 의해 많은 조선인들이 학살 당했다. 모두 역사에 죄를 지은 꼼수이다.

뉴스에도 정치권의 꼼수가 자주 보도되곤 한다. 자신들이 정해 놓은 규정을 뜯어 고치고자 여야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당원의 뜻, 국민의 뜻이라며 편리한 대로 바꾸어 버린다. 때로는 서로 상대방이 꼼수를 썼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그런 꼼수를 국민은 잘 알고 있고, 그 결과를 투표로 되돌려 주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그런 꼼수로 나타난 결과가 사법부로 넘어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잘못된 판결이라고 떠들어 댄다. 반대로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상대방에게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외쳐댄다. 그 모두가 꼼수이다. sns에 그런 소식이 올라오면 ‘웃겨요’, ‘화나요’ 등의 아이콘이 수없이 찍힌다. 국민들의 판단 기준은 정확하다.

꼼수도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이다. 다만 그 꼼수가 정당하면 그런대로 봐 줄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꼼수는 국민이 외면한다는 사실을 알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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