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이상주 전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첫째, 구곡은 문화산수(文化山水)다. 이젠 구곡을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문화관광에서 앞서간다. 아울러 구곡은 지방자체단체장에게는 문화관광정책을 성공할 수 있는 열쇠요, 유권자에게는 새로운 문화관광을 즐길 수 있는 별천지이다. 문화관광은 저비용 고수익사업으로 먼저 시행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둘째, 샘물이 모여 큰 바다가 된다. 문화산수 구곡이라는 샘물이 모여 구곡특구(九曲特區)가 됐다. 아울러 구곡시는 하나의 문학갈래가 됐다. 세상 모든 것은 모여서 큰 것을 이룬다. 이게 자연과 인생의 법칙이다.

셋째, 지난호에 이어 신종묵(愼宗黙1856~1949)이 정한 한계구곡(寒溪九曲)4곡부터 보기로 하자. 四曲逶迤石勢巖(사곡위이석세암), 사곡이라, 구불구불 바윗돌의 형세 드높고, 遺墟荒栢自람毿(유허황백자람삼).남은 터에 거친 잣나무만 저절로 자랐도다. 四仁去後無人到(사인거후무인도), 네 명의 어진 사람이 떠나간 뒤에 찾아온 사람이 없고. 只有寒鴉集廢潭(지유한아집폐담).다만 쓸쓸한 까마귀만 황폐한 연못에 모였네. 어진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세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은 제5곡시다. 五曲寒溪栗里深(오곡한계율리심),오곡이라, 한계(寒溪)의 율리(중국 도연명이 살던 마을)는 깊숙한데.何人經濟樂山林(하인경제요산림).어느 사람이 살림하며 산림을 좋아하는가?海東餘韻登風雅(해동여운등풍아),해동에 많은 운치는 풍아[민요]로 연주할 만하니.一点靑燈萬古心(일점청등만고심), 한 점 푸른 등불에 하염없는 마음이라. 율리마을이 시를 지으며 살 만한 마을이라 노래했다. 다음은 제6곡시이다. 六曲梅谿枕小灣(육곡매계침소만), 육곡이라, 매계가 작은 물굽이를 베고 있는데, 野心一片白雲關(야심일편백운관),전원(田園)에 살아갈 마음이 흰 구름에 걸렸네. 乘春漁子來指點(승춘어자래지점),봄을 틈타 어부가 와서 <이 곳을>가리킬지니.休放桃花泛水瀾(휴방도화범수란).<별천지가 들통날까 우려되니> 복사꽃을 풀어놓아 물결에 뜨게 하지 말지어다. 6곡 매계는 무릉도원처럼 산수가 아름다운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올 수 있으니 남들이 알지 못하게 하라는 뜻이다. 그만큼 산수가 수려하다는 말이다. 다음은 제7곡시이다. 七曲仙巖出碧灘(칠곡선암출벽탄),칠곡이라, 선암이 푸른 여울에 튀어나왔고,靑龍山色入遙看(청룡산색입요간).청룡산 경치가 멀리 시야로 들어오는구나.一竽白雪淸如許(일우백설청여허),흰 눈에 낚시대 하나 청아하기가 이와 같은데,獨立漁簑不識寒(독립어사불식한). 홀로 서있는 도롱이 쓴 어부는 추위를 알지 못하네. 문동(文洞)마을에 서있는 선암(仙岩:신선바위)이다. 유종원(柳宗元)의 강설(江雪)시에 “배 한척에 도롱이와 삿갓 쓴 노인, 홀로 추운 강 눈에서 낚시한다”라는 싯구가 있다. 도롱이 쓴 어부가 추의도 잊고 즐길 만큼 선경이다. 다음은 제9곡시이다. 九曲將終意爽然(구곡장종의상연),구곡이라, <시내가> 끝나려는 곳에서 마음이 시원하니,前村垂柳見平川(전촌수류견평천).앞마을 늘어진 버들에 평평한 시내를 보네.黃鳥一聲春夢覺(황조일성춘몽교),꾀꼬리 한 번 울음소리에 봄꿈을 깨니,靑邱依舊海中天(청구의구해중천).청구(靑邱:한국)는 옛날과 같이 <해가 솟는> 바다 속에 천지로구나. 우리나라가 해가 뜨는 바다가운데 세상이라 예찬했다.

넷째, 신종묵은 자신이 사는 과천의 한계라는 자연산수에 구곡을 정해 문화산수를 만들었다. 이렇듯 창의응용력은 자연산수를 문화산수로 바꾼다. 신종묵은 한문학 전통이 끝나가는 시대에 학통계승의 상징과 자기 고향에 대한 애향심으로 지금의 과천시에 한계구곡을 정했다. 시냇물이 흐르는 단순한 자연산수인 계곡에 구곡을 정하고, 자신의 뜻을 시에 담아 구곡문학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학문자세의 수준이 창의력 수준이다. “공자따라하기, 주자따라하기”의 성공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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