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조선시대 마을에서 향기롭고 싱그러운 국산 레몬 생산

[동양일보 서경석 기자]11월 중순의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아산 휴농원의 안은재(57), 김화영(57) 부부가 한해 농사의 결실인 레몬을 수확하고 있다.

2017년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를 찾은 이들 부부는 우리나라에서 불모지와 같았던 내륙 재배 레몬 시장을 개척했다. 그것도 특유의 향과 싱그러운 과즙을 품은 질 좋은 레몬을.

설화산과 온양천 사이에 자리를 잡은 이들 부부는 직접 땅을 일궈 레몬 나무를 심고, 발품을 팔아 중고 자재를 구해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지금의 휴농원 곳곳에 부부의 애정 어린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중해 지역의 온화한 기후에 맞는 레몬은 영하 3도에서 2시간만 지나도 동사할 수 있어 재배가 어렵다. 부부는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 재배로 초저비용 난방과 저탄소 재배를 동시에 실현하며 이를 극복했다. 양분 요구량이 많은 레몬을 위해 1년 후숙한 파쇄 나무를 퇴비로 사용하는 방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부부의 노력이 담긴 레몬은 그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9 코엑스 강소농대전 등 다양한 행사에서 휴농원 레몬은 큰 크기와 최초의 내륙 생산 레몬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레몬 재배 난제인 일교차를 과실에 강점으로 담아내 크고 씨앗은 적으며 과즙이 풍부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무농약으로 재배해 농약과 코팅제 걱정이 없고,, 유통과정이 짧아 신선한 상태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인정받았다.

어려움도 많았다. 정착 첫해 농원을 만들며 생겼던 적자는 병원을 들락거리며 농사를 시작한 걸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후회하면서도 꿋꿋하게 노력한 끝에 3년이 지나서야 메울 수 있었다.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농업용 창고를 지어야 했고 대출이 필요했다. 여기에 2020년에는 이례적인 집중 호우가 송악면에 들이닥쳤다. 밭으로 하우스로 밀려드는 토사와 물 폭탄을 체념하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부부는 함께 나아갔다.

 

매년 매출액을 높여가던 부부는 지난해 레몬과 레몬 나무 그리고 도라지 판매 수익까지 더해 4500만원이라는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휴농원 브랜드로 상표등록 특허출원도 완료했으며, 가능한 친환경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방제약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부부는 올해로 무농약 인증 3년 차에 내년에는 유기 인증도 앞두고 있다.

SNS를 통한 소통과 판로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카페,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레몬과 휴농원에 대해 알리고 있다. 멘토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 차 한잔 마시다가도 도움의 손길을 접하면 경험을 나누기 일쑤다. 충북대 학생들이 실습을 위해 찾는 등 농원을 향한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바쁜 일상이다.

안은재, 김화영 부부는 현재 400평의 땅에 리스본 품종 레몬 나무를 키우고 있으며, 레몬 묘목을 생산하기 위한 탱자 대목과 다양한 접목묘도 다량 재배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아산시농업기술센터의 요청으로 사례 발표에 나서 부부의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안은재 대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부부가 함께한 노력과 좋은 이웃들과의 인연으로 힘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있다고 거만할 것도, 없다고 기죽을 것도 없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손때가 묻은 농원에서 옆지기와 함께 최선을 다하는 오늘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아산 서경석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