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여야가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정국 갈등 현안에 대한 타협안을 도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실시 등 4개항에 합의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국정조사 기간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 승인 직후 45일간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고 국조 활동은 내년 예산안 처리 직후 본격화된다. 국정조사는 여당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모양새다. 조사 기간부터 민주당 등 야3당의 요구(60일)보다 줄었고 조사 대상 기관에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가 빠졌다.

여당이 '예산안 처리 후 국조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한 직후 국조 실시에 합의한 것은 여소야대의 한계와 싸늘한 민심 속에서 예산안 처리 등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이전과 원전 생태계 복원 등 '윤석열표 예산'을 칼질하며 절대 과반 야당의 완력을 과시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과 법인세 인하 등 예산 쟁점을 둘러싼 여야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예산안이 내달 2일인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으로선 이태원 참사 국조를 수적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예산안까지 발이 묶이면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조 실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만만치 않은 현실과 희생자 유가족들의 엄정 조사 요구도 여권엔 부담이 됐다.

여야의 이번 합의에서 고무적인 것은 협치의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여야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여성가족부 개편과 보훈처 격상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국회 내에 인구위기, 기후위기, 첨단전략산업 특위를 각각 구성하기로 했다. 첨단산업의 중심에는 윤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인 반도체가 있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공통으로 공약한 정책과 법안도 입법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로선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던 핵심 국정과제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한 셈이다.

이제 정치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에 앞장서는 일일 것이다. 유가족들은 22일 처음으로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참사 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전대미문의 비극적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조사를 통해 신속하고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는 게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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